이명박 대통령이 총선의 최대 패배자

 


                                         최동규 /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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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보수진영이 압승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의석수의 과반을 넘겼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을 편하게 해줄 수 있도록 국민이 ‘견제론’ 보다는 ‘안정론’을 지지한 결과인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현상적 분석이다. 내용은 반대이다. 이번 총선은 안정론을 지지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선거가 아니라,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영남의 맹주는 박근혜


한나라당은 영남이 최대 기반이다. 대대로 영남의 지지 여부 및 강도에 따라 보수정권의 운명이 갈라졌다. 따라서 한나라당 정권의 맹주가 되려면 영남을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명박과 박근혜의 갈등은 영남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박근혜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한나라당 내부에 33명, 외부에 21명의 당선자 등 총 54명의 국회의원이, 핍박 받는 지도자 박근혜에게 정치생명을 걸고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전사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총선의 승리자는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라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다. 


영남을 장악하지 못한 보수세력의 대통령은 지지 기반이 늘 취약하다. 알맹이가 없다. 앙꼬 없는 찐빵 같다.


지지 기반이 없는 정권의 말로는 비참하다. 보수세력의 원조인 대구경북세력에게 공격 받고, 민주당 등 호남세력에게 협공 당해 집권 후반기 내내 죽지 못해 살았던 김영삼 전대통령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민주당의 전통 지지세력인 호남에서 인정 못 받고, 영남 보수세력으로부터 공격 당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은 반대진영인 민주진영에서 나타난, 비슷한 사례이다).


영남 말고 수도권도 한나라당 지지층이 많은데,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권은 어떨까? 가능한 것 같기도 하지만, 수도권 등의 신보수세력을 고정 기반으로 하기에는 수도권 민심이 너무 유동적이다. 수도권 민심은 항상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세와 이슈에 따라 흘러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임기 내내 박근혜 전대표의 손을 잡고 따라다녀야 한다. 손을 놓치면 위험해진다.


물론 추진력과 오기로 세상 살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박근혜 전대표의 눈치 보고 타협의 정치를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박근혜 양자간의 갈등은 현정부 내내 지속될 주요한 정치 현상이다. 그리고 결과는 좌우 양측으로부터 협공 당하는 이명박 정부라는 현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민주개혁색채를 분명히 해야


민주당은 기사회생했다. 70석도 안될지 모른다는 애초의 예상 보다는, 많이 얻었다. 그래서 당권파 내에서는 당권 도전을 막아보려는 얄팍한 속셈으로 ‘이 정도면 선전했다’는 자화자찬식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안도의 한 숨을 쉬는 것은 ‘관을 봐야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는’ 멍청한 짓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말 17대 대선에서 얻은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율은 26%였다. 이번 총선에서의 지지율은 25%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과 통합까지 했건만, 지지율은 오히려 1% 빠진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지난 10년의 개혁정권에 대한 불신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다. 다른 이유는 민주당이 정책과 비전 면에서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전 제시는 커녕 기득권에 연연하는 모습이 대중에게 보이기 때문이다.


박재승 공천위원장 등 외인부대의 노력으로 약간의 신선함을 주는 듯 하다가 결국 당 지도부의 나눠먹기로 마무리된 공천으로는 수도권 유권자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민주당과의 재결합으로 호남 유권자는 통합시켰을지 몰라도, 영남에 비해 인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호남 유권자를 뭉친 것만으로는 수도권 선거 대책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자족하는 것은 위험하다. 호남의 지지세력을 복원한 것 만으로는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것이 민주당이 새겨야할 교훈이다.


민주당 지지층 복원으로 할 일 거의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나머지 표를 얻기 위해 오른쪽으로 가자는 실용주의자들도 틀렸다. 입으로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운운하면서, 그 말이 현실정치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색채를 이미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실용노선이라는 미명하에, 당을 자꾸 오른쪽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다. 그 바람에 당의 정체성은 혼란스러워지고, 한나라당의 특권정치에는 동의할 수 없는 중산층과 서민은 유력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철저하게 수도권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도적 인물과 노선을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과거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은 국가보안법, 부동산 정책 등 주요 사안이 제기되면 당내의 이견 때문에 아무런 입장도 정리해내지 못하는 정치적 무능력함을 보여왔다. 외부의 반대가 아니라 당내 이견 때문에 주요 당론을 결정짓지 못했던 것이다. 당내 의견 차이가 너무 큰 데에도 원인이 있지만, 이견에도 불구하고 당론을 결정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이를 이끄는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상적 수준에서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구체적 영역에서는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무기력, 무책임성을 보여왔다.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은 알지만, 금리와 물가, 부동산 등 생활문제에서는 자신의 개혁노선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민주당의 개혁은 시작되어야 하며, 이런 출발 없이는 보수진영에게 마음을 준 유권자들을 다시 찾아오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여전히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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