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배 / 경희사이버대 교수

러시아 혁명을 이끌었던 레닌이 “대포보다 더 무서운 무기”라며 중요성을 역설했던 것은 다름 아닌 신문이었다. 실제로 레닌이 창간한 신문 <이스크라>와 <프라우다>는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쿠바 혁명 당시 카스트로 게릴라군은 바티스타 정부군의 맹렬한 추격 속에서도 단파 라디오 송출기만큼은 목숨처럼 아꼈다. 카스트로군의 ‘레벨데 라디오’ 방송은 바티스타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쿠바 혁명의 정당성을 농민들에게 호소하는 가장 유력한 연결 고리였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친미 팔레비 왕조를 전복시킨 회교 혁명의 도화선은 카세트 테이프였다. 회교 지도자 호메이니가 망명지인 파리에서 녹음한 연설문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가 이란으로 밀반입되어 시민들의 손에 의해 은밀히 복사되었고, 마침내 혁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 속에서도 현장의 상황이 지구촌 곳곳으로 알려져 국제적 여론의 조성이 가능했던 데에는 팩시밀리의 공이 컸다. 중국 정부군과 대치 중이던 북경대 학생들이 팩시밀리를 통해 시시각각 외부로 소식을 전달했던 것이다.

이렇듯 미디어는 현대사에서 혁명이나 시민봉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특히 90년대 이후 정보화가 진전과 함께 IT 기술을 활용한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개방 정책에 불만을 품은 소련 군부의 기습적인 쿠데타를 무력화시킨 것은 이메일이었다.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를 탱크로 장악한 쿠데타군도 인터넷은 그만 간과하고 말았다. 쿠데타 저지를 호소하는 옐친의 이메일이 모스크바 시민들을 붉은 광장으로 모이게 만들었고, 결국 쿠데타는 시민들의 힘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멕시코 짜빠띠스타 농민 게릴라의 인터넷 활용 전략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필리핀 에스트라다 대통령 퇴진 운동이나 ‘오렌지 혁명’이라 일컬어진 우크라이나 민주화 운동에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시위대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버마 서민, 만원짜리 라디오 구입도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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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버마에서는 '샤프란(버마의 승복 색깔) 혁명’이라 일컬어진 또 한 차례의 유혈 시위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은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오랜 세월 군부독재 치하에서 살고 있는 버마 국민들이 품고 있는 민주화를 향한 열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버마의 민주화 항쟁 소식은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더욱 애틋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부터 국내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민주화 운동의 효과적 무기인 미디어를 버마 국민들의 손에 쥐어주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피스 라디오(Peace Radio) 캠페인>이 그것인데, 네티즌들의 모금을 통해 라디오를 구입하여 버마 국민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라디오일까? 그것은 버마 국민들이 외부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유일한 미디어가 바로 라디오이기 때문이다. 현재 버마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사실상 독재 정권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마에는 두 개의 라디오 방송사와 세 개의 TV 방송사가 있는데 모두 국영방송이다. 이들 방송은 철저히 정부의 통제 하에 놓여 있으며, 따라서 독재 정권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설파하는 철저한 어용 방송에 불과하다. 신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 신문이라 할 수 있는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나 ‘미얀마 타임즈’는 사실상 관영 언론으로 친정부적 기사만 양산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신문 한 부가 버마 노동자들의 하루 일당보다 비싸서 어차피 서민들이 구독하기도 힘들다. 물론 인터넷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빈곤층인 버마에서 인터넷은 아직까지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게다가 인터넷에 대한 검열이 수시로 자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정부가 인터넷 망을 일시적으로 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10월에도 버마의 승려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행진을 재개하자 정부가 곧바로 인터넷망을 차단시켜 버린 일이 있었다. 결국 제도권 언론매체 중에서 버마 국민들이 정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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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버마 국경지대에는 민주화운동 단체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DVB(Democratic Voice of Burma)라는 라디오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BBC, VOA(Voice of America), RFA(Radio Free Asia) 등 버마어를 포함한 다국어로 방송되고 있는 외부 채널들도 청취가 가능하다. 이들 4개 라디오 방송이야말로 버마의 당면 현안과 주요 동향, 그리고 독재 정권을 향한 비판과 민주화의 메시지를 들려주는 유일한 미디어라 할 수 있다. 민주화와 언론의 자유를 갈망하는 버마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언론매체이며, 동시에 가장 유력한 저항의 무기가 바로 라디오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버마에는 라디오 보급률이 그리 높지 못하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 돈으로 개당 10,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라디오 가격조차 버마의 서민들에는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따라서 버마 국민들 손에 라디오를 쥐어 주는 것은 곧 레닌의 표현대로 “대포보다 더 무서운 무기”를 지원해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 일이라 하겠다.

피스 라디오 캠페인, 현재 300여 명 참여

지난해 11월 시작된 <피스 라디오 캠페인>은 지금까지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8백만 원 가까운 후원금이 모였다. 이 돈으로 구입한 라디오에는 후원자들 개개인의 이름이 새겨질 것이라고 한다. 가수 안치환, 영화배우 이문식 등 낯익은 스타들과 손봉숙 의원, 이목희 의원 등 정치인들도 이미 후원자로 참여했다. 이 캠페인을 주관하고 있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월 중순 경 버마-태국 국경지대를 직접 방문하여 15개 버마 민주화 단체들에게 직접 라디오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라디오의 전달 과정을 생생한 영상으로 담아 인터넷에 공개할 계획이다. 끝으로 <피스 라디오 캠페인> 실무를 맡고 있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이미희 간사의 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캠페인을 진행하다보면 태안 사태처럼 국내 당면 현안에 대한 모금이 시급한 곳도 많은데 굳이 외국의 민주화 운동 지원 모금까지 나설 필요가 있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버마의 상황을 단지 다른 나라 일이라고 타자화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어디든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또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보여준 국내 네티즌들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틀림없이 버마의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피스 라디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1. 피스라디오 기금 입금하기
-가디언: 5,000원 이상
-가디언 엔젤: 10,000원 이상
-계좌: 110-228-482259  신한은행 / 예금주:오관영(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온라인결제: www.peaceradio.kr(새 창으로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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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시사IN (제19호, 2008. 1)과 민경배 교수 cyber is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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