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다시 광주에 서다(2)

       
                                                    공희준 / 정치평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호 1번 정동영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는 동작구 유권자들

“부자는 돈을 쓰지 않는다. 다만 자랑할 뿐이다!” 정동영 후보를 지원하러 유세용 차량 위에 설치된 연단에 오른 통합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렇게 꼬집었다.

정말 맞는 얘기다. 한국사회에서는 무조건 아끼고, 지독하게 쓰지 않아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 동창회든 향우회든 모든 형태의 모임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인간들이 꼭 존재하기 일쑤다. 참석자들은 부유한 인간이 모임의 비용을 모든 부담할 걸로 흔히 기대한다. 부유한 인간이 자랑하는 부의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그는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랑하기 위하여 지갑의 돈을 보여줄 따름이다.

정동영은 현재 정몽준에게 지지율에서 뒤지는 걸로 알려져 있다. 내가 ‘알려져 있다’는 표현을 굳이 꺼내든 이유는 정동영 진영이 여론조사 결과를 철저히 불신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이명박의 ‘사부님’으로 드러나고, 문제의 사부님이 언론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난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된 점을 고려하면 나 또한 정동영측의 불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편이다. 이명박 정권과 공동운명체가 되기로 작정한 어느 족벌신문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00명의 응답자 중에서 호남인이 겨우 30명 남짓이었단다. 동작구 주민들 가운데 전라도 출신이 36프로나 된다는 인구통계와는 너무나 판이한 표본선정이다.

김대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구심을 사면서까지 정동영이 광주약국에서 거리유세를 감행한 동기에는 이와 같은 말 못할 사연이 숨어있지 않을까 국민원로는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바이다. 실제로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동교동은 정동영에 대해 철저한 적대적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손학규가 당시의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한 배경에는 동교동의 암묵적 지지 약속이 있었다는 분석이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 파다했다. 동교동이 자신한테 우호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정동영은 노무현 정권과 확실한 선을 긋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웠을 듯하다.

남성시장 유세현장에는 예상대로 진한 남도사투리가 왁자지껄하게 울려 펴졌다. 10년 만에 다시 야당이 된 입장에서 돈을 주고 청중을 동원하지는 않았을 테니 청중의 거의 전부는 동작구에 거주하는 열성 당원이나 주민들이라고 해석해야 옳다. 노무현 정권 내내 그들은 영남친노세력에 의해 난닝구라고 매도당하고 무시되었다. 노무현 일행이 깔보고 업신여긴 난닝구들이 막강한 현대재벌의 금력을 등에 업은 정몽준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니 역시 난닝구라는 모함을 들을 각오를 하고서, 정몽준과 맞붙은 정동영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정몽준이 노현정과 허재, 황선홍과 김흥국을 주머니 손의 공기돌처럼 불러낼 때 정동영 곁에 누군가 있어야 할 게 아니겠는가? 출발선부터 불공정한 경기는 경기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 불공정하고 무가치한 경기가 내 바로 이웃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공정하고 무가치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구실로 이명박 정권은 망국의 지름길인 한반도 대운하를 파고, 소중한 우리말을 버리고 영어를 국어로 채택하며, 강남부자들을 더욱더 살찌우고 영남패권주의자들의 기득권을 공고하게 다지는 파렴치한 정책들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것이다. 동작을 지역구 국회의원 정몽준을 돌격대장으로 전진 배치해.

정동영은 유권자들에게 간절히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정동영 대 정몽준의 싸움이 아닌, 정동영 대 이명박의 싸움이라고. 정동영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작을 선거가 정동영 대 정몽준의 싸움에 불과하다면 선거 며칠을 앞두고 국민원로가 뜬금없이 정동영을 두둔하는 발언들을 토해내지는 않았으리라. 난닝구라 욕먹을 거 감수하고. 광주약국에서 나는 이제는 강남 어륀지들의 놀림거리로 내몰린 광주정신의 부활을 생각했다. 이명박 정권은 제주 4ㆍ3 항쟁에 대한 폄하와 평가절하를 노골적으로 개시했다. 강부자와 고소영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4ㆍ19를 희롱하고 5ㆍ18마저 술에 취한 폭도들의 난동이라 능멸하려들 게다.

Trackback URL : http://basilica.co.kr/trackback/98 관련글 쓰기

« Previous : 1 : ... 644 : 645 : 646 : 647 : 648 : 649 : 650 : 651 : 652 : ... 734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