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오프행사, 말도 많고 탈도 많네


                            민경배 / 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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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한국블로거연합회’(이하 한블연)라는 단체가 창립대회를 열었던 일이 있었다. 블로그 운영자들의 연합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는데, 정작 블로거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혹독하기까지 했다.

한블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의 글들이 수많은 블로그에 올라왔고, 한블연의 블로그 사이트도 블로거들의 댓글로 큰 홍역을 앓았다. 블로고스피어에서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난데없이 나서서 마치 블로거들을 대표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실제로 발기인 명단에 올라온 인물들 대다수가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한블연은 창립대회 이후 아무런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은 블로그 사이트마저 소리 없이 문을 닫아 버린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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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9일에는 홍대 앞 한 클럽에서 ‘제1회 블로그 축제’라는 행사가 열렸다. 블로거들끼리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의 장을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앞서 한블연의 경우와 달리 ‘혜민아빠’라는 닉네임으로 널리 알려진 한 파워 블로거가 주축이 되어 마련된 행사였고, 실제로 많은 블로그 운영자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축사나 선언문 낭독 같은 의례적인 프로그램도 없었다. 말 그대로 블로거들이 모여 편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스탠딩 파티였다. 유일한 공식 프로그램이라고는 언더그라운드 밴드 ‘낭만해적단’의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행사 역시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문화관광부 뉴미디어 산업팀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도대체 정부가 후원에 나선 저의가 뭐냐?”라는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고, “이런 사적인 모임에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후원을 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냐?”라는 문제 제기가 잇달았다. 아울러 블로그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블로거들 모아놓고 명함 돌리는 자리였다는 참가자들의 후일담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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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3월 16일에도 또 한 차례 블로거들의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번에는 주최가 국내 양대 포털 업체인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었다. ‘대한민국 블로거 컨퍼런스’라는 이름의 행사였는데, 무려 3,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한다. 프로그램은 주로 유명 인사들의 강연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초청 연사들의 면면을 보면 김중태, 명승은, 윤석찬 등 파워 블로거들 뿐 아니라 소설가 박범신, 영화감독 이현승, 국제구호 활동가 한비야씨 등 각계의 명망가들이 나와 다채롭고 유익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블로거들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 행사에 다녀온 블로거들 일각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명시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블로거들이 서로의 관심사와 생각을 교류하며 소통을 장”이라는 취지와는 사뭇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사들과 간단한 질의 응답을 나눈 것이 “교류와 소통”의 전부였으며, 정작 블로거들은 주인공이 아닌 청중 역할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원활한 교류와 소통을 나누기에는 애초부터 행사 규모가 너무 컸다는 아쉬움과 함께, 결국 거대 포털 업체들의 마케팅 행사에 블로거들이 동원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었다.

물론 블로거들이 외롭게 골방에 틀어박혀 인터넷에 글만 써 올려야 능사는 아니다.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블로거들 간에 교류와 소통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또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도 만들어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로거들의 이익단체까지도 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느닷없이 자칭 대표 단체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또한 혹시라도 정부나 거대 기업이 블로거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후원이나 대규모 동원에 나선 것이라면 당연히 경계해야 마땅하다. 블로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자율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유연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시사IN 제28호,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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