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복지국가 재정 논쟁의 방향
- Posted at 2011/03/24 13:04
- Filed under 복지국가소사이어티
- 경제 발전과 서민 생활을 중심으로 생각하자 -
최근 일본의 쓰나미 사태와 리비아 폭격으로 언론의 관심이 대부분 국제 뉴스 쪽으로 넘어가면서, 치열하던 복지국가 논쟁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 논쟁은 잠시 표면화 되지 않고 있을 뿐, 실제로는 우리사회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일상적인 논쟁으로 더욱 뿌리내리고 있다.
조선일보의 복지백년대계 특별기획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내년 선거에서 복지이슈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7.4%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응답했고, 내년 총선에서 가장 큰 이슈로 경제 문제(44.8%), 안보 문제(20.8%), 복지 문제(20.2%)의 순서로 응답하기도 했다. 언론은 여기서 경제문제를 일자리와 소득보장을 포함하는 보편적 복지의 한 부분으로 해석할 경우 65%가 총선 이슈로 복지를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편적 복지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국민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고 날이 갈수록 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일 치솟는 물가와 최근 심화된 전세대란은 새로운 유목민을 만들어 내면서 대다수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 졸라맬 수도 없는 허리띠를 다시 한 번 당겨 매야 하는 국민들은 2012년 정권 교체의 결심만을 더욱 굳게 다지고 있다. 문제는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들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 이 논쟁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경계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복지국가 재원 논쟁이 보편적 복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복지에 엄청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건드려서 보편적 복지 주장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보편적 복지를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늘어놓는 선심성 정치선전 정도로 폄훼한다. 천문학적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마구 남발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과 성격이 다르다. 보편적 복지는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이것을 단순히 정치적으로 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 낸 싸구려 포퓰리즘으로 몰고 가는 것은 명백한 역사의 후퇴이다.
둘째, 복지국가 재정에 대한 논의를 ‘국민의 부담 증가’로 몰고 가는 것은 특정 계층의 이익을 위한 의도적인 왜곡이다.
주지하듯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편적 복지에는 보편적이고 누진적인 증세가 당연히 필요하다. 보편적 복지는 부자나 정치권에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보편적 복지는 사회 구성원들이 각기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조세 정의의 구현 속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현실의 세제 역시 많이 버는 사람들이 많이 내는 원리 위에 작동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상위 10%의 고소득자가 내는 세금이 전체 근로소득세의 58.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세금 폭탄”론을 내세워 마치 복지를 하게 되면 부유층과 서민층이 너나 할 것 없이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식의 왜곡된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현 정부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체득한 것이 있다. 그것은 감세정책이 상위 3%의 대기업과 상위 5%의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증세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 된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원리는 중산층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약간의 추가 부담 속에서 더 많은 제도적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정확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단적인 예로 개인당 월평균 약 1만 원 정도의 국민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져서, 더 이상 병원비 걱정을 안 해도 되고, 개인당 10만원 넘게 매달 지출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료를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된다.
셋째,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 마련 논쟁을 통해 진보정치세력과 국민 간의 분열을 유도하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재원 마련 논쟁은 이미 민주당 일부의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주장 때문에 그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 의심받게 되었다. 특히, 민주당 내의 관료 출신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이런 주장이 확대된 바 있다. 우리는 보수 언론이 박근혜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복지 주장에 대해 재원 마련 대책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안상수 대표의 70% 복지 주장에 대해 재원 대책을 요구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생애 주기별 복지가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이상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당연히 재원 대책을 제시하여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70% 복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 마련 논쟁을 다음과 같이 발전적인 논쟁으로 가져갈 것을 여당과 야당, 그리고 진보정당 등 정치권에 제안한다.
첫째, 복지 재원 논쟁을 복지국가의 필요성과 주요 내용에 대한 논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어디에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며, 얼마의 증세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복지국가 재원 마련 문제는 국민의 요구에 근거한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습과 내용’을 제안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국가 논쟁은 기본적인 국가의 역할 부재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국민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고민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 양극화 문제, 왜곡된 원-하청 관계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 부재, 금융자본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중․장기적 성장 동력의 부재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답을 해야 한다.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지나치게 위축된 내수경제의 문제 등 경제 및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 보육비 부담과 질 낮은 보육 서비스의 문제, 사교육비 지출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담,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과 과도한 민간의료보험료 지출, 전세난 등 주거 불안 및 과도한 주거비 부담,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해결 방안을 우리사회가 함께 찾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둘째, ‘무상복지’ 논쟁을 ‘복지국가’ 논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무상급식이나 무상의료, 무상 보육과 등록금 후불제 등 기존의 개별적인 ‘복지정책’ 논쟁을 노후소득 보장, 주거 불안 및 부담의 해소,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일자리 불안과 취업 문제 해결 정책을 포함하는 “보편적이고 역동적인 복지국가” 논쟁으로 대상과 영역을 확대하여야 한다.
보편적 복지를 사회정책의 한 부분으로 한정하지 말고, 경제정책과 산업정책으로 확대하여, 전반적인 한국사회의 역동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의 바람직한 성장 전략으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을 교두보 삼아,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육 등의 개별 정책 제시를 넘어 전체적인 ‘국가 발전 모델’의 제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를 극복하고, 한국형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추구하고자 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론’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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