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부담 완화와 대학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제언  

3월의 시작과 함께 모든 학교들이 개학과 개강을 맞았다. 그러나 교육비 부담 때문에 개학이 반갑지만은 않은 국민들이 많다. 무엇보다 최고 1,000만 원 수준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 문제와 부딪히게 되면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말 못할 사회적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2%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문제는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전 국민의 부담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대학 등록금에 대한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시장 논리에만 맡겨져 있다. 이는 정부의 책임 방기이며, 합리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고용제도, 그리고 산업정책들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등록금에 대한 단순한 국고 지원의 확대나 이자율 하향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임금이나 취업에 차이가 없도록 하는 노동부의 고용정책의 변화, 산업구조에 맞추어 필요한 교육이 대학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맞춤형 교육을 받은 인력들은 기업이 책임지고 취업하도록 하는 산-학 연계 시스템의 구조화 방안 등이 고민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체의 87%에 이르는 사립대학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반드시 병행 되어야 한다.  

첫째, 사립대학교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되, 국가의 재정지원에 비례한 만큼 사립학교의 ‘소유구조’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지원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각종 연구비, 인력 개발 관련 비용 등 간접적인 형태로 들어가는 지원들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이러한 간접적인 지원들에 대한 통합적이고 합목적적인 관리를 시도하면 사립학교에 대한 공적 개입의 근거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각종 지원들을 조건부 지원으로 전환하여 시설 및 장비, 연구비와 사업비, 인건비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대가로 공익 이사를 파견하거나 재단 이사회 의결권의 일정 지분을 확보해 대학운영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국가의 규제와 통제를 받기 싫은 대학은 국고 지원을 받지 않으면 된다.  

두 번째, 대학평가를 강화해 고등교육의 질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퇴출이 필요하다. 교육 서비스는 의료 등과 마찬가지로 전문성 및 정보의 제약으로 인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등에서 의료기관을 평가하듯이, 국가가 전문기관을 통해 매년 교육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 해당 학교의 교육 여건이나 교육 수준뿐만 아니라, 학교의 여러 가지 특성과 장점들까지 공개하도록 하여 학부모와 학생들로 하여금 합리적 선택을 보장해야 한다.  

세 번째, 운영이 부실한 대학 혹은 공공의 힘으로 학교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립대학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하는 방안이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법인으로 되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대학운영의 문제가 생겨, 학생 및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는 경우 국가가 개입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평가 결과, 교육의 질이 의심되거나 학교 비리 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이렇게 국가가 소유권을 직접 회수하여 방만한 학교 경영과 비리를 직접 차단해 나가야 한다. 학교 재단의 재산은 교육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정에 따라 국가에 매각이나 기부체납, 헌납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방안이 가능할 수 있다. 

네 번째, 대학에 대한 지원을 현금 지원에서 현물 지원으로 전환해 학교 운영의 투명화를 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국가가 교수를 직접 보내주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강의전담 교수’라는 불분명한 신분이 아니라, 한국학술연구재단이나 국립대학 등에서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학 교수를 선발하여, 이들을 필요로 하는 대학에 파견해 주는 지원 정책이 가능하다. 개별 대학들이 운영하기 곤란한 교양과목들의 경우,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서 통합교육을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시간강사들이 가지는 신분상의 불안도 없어지고, 안정적인 교육과 연구가 가능해진다. 또한, 대학들도 기본적인 교육의 질을 보장하면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강좌 및 학과 개설이 가능해진다. 이들 중 꼭 필요한 분들은 대학에서 채용하면 되므로 인재풀의 역할도 하게 된다.  

다섯 번째, 기존의 일반 대학들을 “기술 교육 중심대학”으로 일부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사학재단과 학교재벌들에게 일방적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다. 사학재단들에게 재산상의 손실이나, 기대 수익 이하의 낮은 수익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미 설립되어 있는 대학을 억지로 폐쇄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기존에 설립되어 있는 대학들을 폐지하기 보다는 전 국민을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사학들의 재산권과 소유권을 보장해 주면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평생교육 시스템에 참여하는 대학들에게는 시설비 지원을 해주고, 국가에서 장학금을 지원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위탁하는 방법으로 사립대학들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대학을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기술교육 중심 대학으로 개편할 수 있다.

  즉 사양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종을 전환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국가의 생활비 지원을 받으면서 대학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기존의 일반 대학들을 이런 용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직 중인 근로자들이 근무의 일환으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한 추가 고용 부담을 국가가 기업에 지원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해당 기업에서 한 교대조 만큼의 인력을 더 고용할 수 있으므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지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되며, 기술도 지속적으로 혁신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제도를 통해 기업은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하면서, 유망한 신규 사업에 투자 할 수 있고, 근로자들도 생활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 노동과 산업구조의 발전적인 선순환이 가능하다.  

최근 한나라당의 조전혁 의원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전부개정안’은 개방 이사제와 대학 평의원회를 폐지하여 재단의 전횡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우려가 있으며, ‘사립대에 대한 교과부 장관의 지도·감독권한’을 비롯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권한과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 ‘총장의 해임 요구’ 권한 등 국가의 관리와 통제 권한을 모두 삭제하도록 하였다. 또한,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하여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단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제 민주진보 세력은 더 이상 “사학법 개정 반대” 등의 소극적인 방식이나 한나라당과 차별화되지 않는 등록금 정책이 아니라 보다 획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등록금 경감 대책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사립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공공성 확충 개입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확보하고 산업정책과 연관된 교육 복지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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