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개혁에 대한 단상

                                        김형준 /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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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한나라당이 지역구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역구 현역의원
109명 중 42명(38.5%)을 교체했고,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과 서울 강남권에서 현역의원을
각각 43.5%,50%를 탈락시켰다.

2004년 17대 총선 때 35.4%,2000년 16대 총선
당시 31.0%와 비교해 볼 때 역대 최대 물갈이
가 이루어졌다. 기득권을 포기하며 아픔을
감수할 때에만 개혁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각성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불러왔다
고 볼 수 있다.

여하튼 ‘대학살’로 비유될 만큼 파격적인 현역의원 물갈이 공천은 적어
도 규모 면에서 한나라당을 바꾸라는 국민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공천개혁은 국민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2%가 부족하다.‘배제의 논리’만 있었지 ‘영입의 미학’이 없었고,
당의 근본체질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선 중진 의원을 탈락시킨
정치 신인들의 무게감이 약해 보이고,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전문성과
개혁성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 핵심 이유일지 모른다.

더욱이 한나라당 지역구 후보 공천자 경력을 살펴보면 여전히 법조인
(13.5%)의 강세가 유지되었고, 여성 후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변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개혁 공천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배제와 영입의 논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수소(H3/8)와 산소(O)가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물이 되는 이치와
똑같다. 영입의 감동은 없고 배제의 논리만 부각되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감동은 쉽게 사라지는 ‘불꽃놀이형 공천’이 될 위험성이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지역구 당선자 243명중 초선 의원은 133명으로
54.7%를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는 16대 국회 당시 38.8%보다 훨씬 높은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 직후
실시한 의원 평가에 따르면,100점 만점에 평균 75.5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16대 국회 첫 국정감사 당시 75.4점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없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정치 신인의 대거 등장 자체가 국회의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첫째, 지역구 공천에서
부족했던 2%를 비례대표 공천에서 만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파
간 나눠먹기나 당내 유력인사들의 ‘내 사람 심기’라는 시비가 되풀이되어서
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전문성을 갖춘 천하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 당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례대표를 지역구에서 탈락한 계파
인사를 구제하는 ‘패자부활’의 장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간에 공천경쟁 1라운드가 ‘물갈이 경쟁’이었다면 제2라운드는
필연적으로 ‘비례대표 영입 경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선 승리의 꽃가마에서 내려와 땅을 짚고 민심에 더욱 귀기울
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고 ‘견제론’이 50%
후반으로 급증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실정이다. 더욱 낮은 자세로 세상
을 직시하며 민심 이반의 확대재생산을 조기에 막지 못하면 과반의석 확보
라는 목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셋째, 대통령의 불필요한 선거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장·차관 워크숍
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안정론’이 벌써부터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04년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이 탄핵 사태를 초래했고 그후 대통령의 권위가 급속하게 추락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두 번의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낸 성숙한 유권자들은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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