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두려워하는게 가장 위험하다
- Posted at 2008/03/26 10:19
- Filed under 경제
이현승 / GE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
주식시장을 가장 잘 예측하는 분석가는 누구일까? 이에 대해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정답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바 있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이 좋은 경우에는 ‘들뜬 기분에’ 틀린 전망도 문제 삼지 않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는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 ‘분노한 심정으로’ 책임을 추궁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증권 분석가들은 주가를 예측하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한 금융공학 등 최첨단 기법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주가 폭락은 이러한 첨단 기법도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첨단 금융상품의 등장과 세계화는 금융시장에 위험의 끝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단순 주택담보대출 부실이라는 제한적 위험에 그칠 문제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또는 자산담보부증권(CDO)과 같은 첨단 금융상품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감으로써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트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첨단 금융공학을 포기하고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추락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비행기라는 최신 수송수단을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번영과 불황(boom and bust)은 순환적으로 온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고, 달이 차면 기울 듯이 말이다. 하지만 번영과 불황이 순환적이라고 할지라도 그 순환의 폭과 기간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위험을 피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위험에 어떻게 잘 대처할 것인가. 첫째, 먼저 어떤 종류의 위험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위험은 크게 전체적인 시장위험(market risk), 특정 기업 또는 개인에 대한 신용위험(credit risk), 그리고 부적절하거나 윤리적이지 않은 내부 절차 및 시스템, 임직원 등의 실수 등으로 야기되는 운영위험(operational risk)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시장위험과 신용위험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많은 논의와 대책이 이루어져 온 반면, 운영위험에 대해서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시장위험이나 신용위험이 운영위험과 결합될 경우 대형 사고로 연결되게 된다. 따라서 내부절차, 시스템,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행위에 문제가 없도록 견제와 균형, 내부통제(controllership)를 통해 운영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1995년에 233년 전통의 영국 베어링스 은행이 단돈 1달러에 ING그룹으로 넘어간 것은 싱가포르 주재 파생상품 트레이더인 닉 리슨의 잘못된 닛케이지수 선물 투자 때문이었다. 당시 고베지진으로 닛케이지수가 급락한 것도 원인이겠지만, 거래와 결산업무를 분리하지 않아 닉 리슨이 독자적으로 모두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닉 리슨이 그 권한을 오용하여 부실을 단번에 만회하기 위한 과도한 투자를 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둘째, 균형된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이익이 있으면 손실 또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아는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번영과 불황에 호들갑 떨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하고 냉철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냄비성향이라고 불릴 정도로 짧은 호흡에 익숙해 있는 우리 한국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균형된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균형된 정보가 필수적이다.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정보 수집의 한계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도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인 요소에 의한 비대칭성이 더 문제이다. 특히, 정보화와 세계화로 인해 정보 수집에 제약이 거의 없는 오늘날은 더욱 그러하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정보가 있다고 한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와,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정보이다. 특히 위의 사람이 어떤 시각을 갖느냐에 따라 균형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왜곡된 정보만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두 가지 정보 사이에서 균형을 가질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탐욕(greed)과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fear)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균형된 시각은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herd behavior)을 방지하고, 우리로 하여금 번영 속에서도 불황을 준비할 수 있고, 불황의 어두움 속에서도 터널 끝의 밝음을 논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패에 대한 위험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사전에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가 난파를 피하기 위해 본질적 기능인 항해를 포기한 채 항구에 정박해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 만 번째 실험에서야 전구를 발명하였을 때,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전구가 작동되지 않는 9999가지 이유를 발견하였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제프리 이멜트 GE회장도 ‘위험을 감수하려는 도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개인의 역사든, 기업의 역사든, 국가의 역사든 토인비가 말하였듯이 도전(challenge)에 대하여 응전(response)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발전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러한 응전의 기초는 균형된 시각과 도전정신에 있다고 할 것이다.
- 도전과 응전, 주가,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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