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자유 없인 변화와 혁신도 없다.

                                 
                                     이현승 / GE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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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의 시대다.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도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고 나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변화와 혁신이 실행 없이 구호만을 외치거나, 일회성 행사 또는 외부 전시용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현실에 안주하려는 타성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먼저, 하드웨어(hardware)적인 변화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software)적인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의 경우 하드웨어는 조직, 사업영역(business portfolio)이고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문화, 임직원들의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좋은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고 성장산업군(群)에 속해 있다고 할지라도 소통되지 못하는 문화, 정직하고 성실하지 못한 문화에 성장 의지가 없는 임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변화와 혁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GE의 유명한 모토 가운데 ‘P × A = E’라는 게 있다. P는 최고의 성공사례 (Best Practice), A는 받아들이는 마음(Acceptance), E는 효과(Effectiveness)를 나타낸다. 즉, 아무리 좋은 성공사례를 조직에 도입하려고 하여도(예를 들어 P가 100%이라고 하여도), 임직원들이 팔짱만 끼고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예를 들어 A가 0%라고 한다면) 변화와 혁신의 성과(E)는 하나도 없게 된다.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를 이루는 가장 기본은 임직원들의 받아 들이는 마음, 즉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임직원들이 잘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을까?

첫째, 임직원을 포함한 조직문화가 열린 문화, 배우는 문화인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되어야 한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배우지 않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배우는 대상이 해외의 선진 기업일 수도 있고 국내 경쟁사일 수도 있고,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동료일 수도 있다. GE는 6시그마 품질 경영에 대해 설명할 때 모토로라로부터 배운 것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지금도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는 도요타의 ‘린(Lean)’을 받아들여 ‘Lean 6시그마’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1등 기업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부문에서 1등일 뿐이지 모든 부문에서 1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변화와 혁신은 익숙한 현실과 결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절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최고 경영층이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되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전 직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변화가 지속될 수 있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 후에 이루어질 구체적인 비전과 혜택을 공유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 손에 잡히고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있으면 참여를 유도하기가 용이할 것이다.

셋째, 변화와 혁신을 새로운 규제와 관리를 통해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고객의식에 기초한 선택의 자유의 확산을 통해 이루도록 하여야 수용성도 높아지고 지속 가능해진다. 정부부문의 혁신을 예로 들어보자. 공익성 추구와 성과측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부부문의 혁신은 민간기업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다. 수익성 추구가 우선시되는 민간기업과 정부부문은 역할과 기능면에서 달라야 하고 그에 따라 혁신의 방법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본은 동일하다. 그 기본은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확산이다.

공공부문 변화와 혁신의 중심인 중앙공무원 교육원의 경우 현재는 자체 예산에 기초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각 부처에서 고급 인재들이 파견되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정책이 개발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범 정부적인 정책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반면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서는 교육비용을 파견 직원이 소속된 부서에서 직접 부담한다. 교육생들은 연수기간 중 밤낮으로 리더십과 경영 전략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고객과 내부 임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회사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의 경우에도 파견을 보내는 부서에서 비용을 부담하되, 해당 공무원에게 중앙공무원교육원과 민간 연수원을 포함하여 연수원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어떠할까. 중앙공무원교육원 임직원들에게는 한 해 동안 유치한 교육생 수와 교육생들의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규제나 관리가 없어도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민간 연수원에도 적용될 수 있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한 오스트리아의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의 말같이 세상은 보려고 하는 만큼 보인다. 자발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실행하려는 열린 마음과 의지, 그리고 고객의식에 기초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확산이 변화와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 이글은 조선일보 Weekly BiZ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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