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보다 공수처 신설이 해법

문창재 | 내일신문 논설고문 

스폰서 검사 파동이 드디어 특검으로 가게 됐다. 여야는 16일 원내 수석부대표 회담에서 스폰서 검사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9일 검찰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결과 발표와, 뒤이은 검찰의 개혁안 발표에 국민이 냉소적으로 반응하자 마지못해 특검으로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될 것을 에둘러 오느라고 낭비된 시간과 정력이 아깝다. 특히 여당은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말로는 야당의 특검 요구에 응하는 것처럼 하다가, 뒤늦게 특검을 받아들이고도 미적거리고만 있다.

검찰이 스스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이를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진상규명위원회 책임자를 외부인사에게 맡기고 몇몇 민간위원을 끼워 넣는다고 공정한 조사가 된 일이 있었던가. 정부 산하의 어떤 위원회도 다 그렇듯이, 정부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너무 실망스러운 스폰서검사 진상조사위 결론

그런 의구심을 가진 국민에게 진상조사위가 내놓은 결론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검찰간부들이 스폰서에게서 돈 받고 성 접대까지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대가성이 없는 돈이어서 처벌이 어렵다느니, 공소시효가 지나서 기소 대상이 아니라느니, 이런 언사로 자체징계 10명 건의로 끝냈다.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준 셈이었으니 하지 않은 것만 못 하다.

현직 검사장이 택시 값으로 받았다는 100만원이 대가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국민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융숭한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택시 값 하라고 100만원을 준 사람이 설마 아무 조건 없이 그랬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한 푼도 없다는 것을 검사들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부장검사가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징계 건의로 넘어가고 만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검사니까 성 접대 받아도 괜찮다는 말인가. 일반인 같으면 구속대상인 범죄를 자체징계로 대신하자는 것이 면죄부가 아니고 무언가.

조사결과가 발표된 직후 검찰총장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잘 하겠다면서 검찰개혁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검찰범죄를 전담할 특임검사 제도를 운영하고, 검찰총장 산하에 감찰본부를 두어 감찰업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같은 기소대배심제도 도입을 목표로, 우선 검찰시민위원회를 두어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하겠다고 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해보여도 실은 그렇지 않다.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같은 독립기구를 두지 않는 한, 검찰의 범죄를 검찰 스스로 다루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독특한 검찰조직문화에 비추어 그것은 연목구어와 다를 바 없다.

스폰서 검사 특검은 국민적인 실망과 배반감을 어떻게 어루만져 줄 것인가. 정말 소신 있는 특검이 임명되어 소신껏 수사하고, 법의 형평에 맞게 처벌함으로써 검찰의 비위를 근절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과 물음에 대하여 긍정적인 기대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유감스럽게도 특검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과거 수많은 특검에서 속 시원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 사례가 있었던가. 삼성비자금 특검, BBK 특검 등 근래의 사례들은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기는커녕, 새로운 의혹을 키웠다는 혹평을 받았다. 

과거 특검, 의혹 풀어주기보다 새 의혹 키워

그런 특검조차도 정부와 집권당은 별로 하고 싶은 기색이 아닌 것 같다. 17일로 예정되었던 국회의 특검법안 처리는 한나라당의 연기요청으로 열흘 이상 늦어지게 됐다. 다음 주에 또 어떤 곡절이 생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특검보다는 공수처 신설과 비리 검사의 변호사 자격 박탈제도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공직자 수사를 전담할 독립기구가 생기고, 비위에 연루된 검사의 변호사 자격을 가차 없이 박탈하도록 변호사법을 엄정하게 개정하면 스폰서나 떡값 같은 비리와 타협할 검사는 없어질 것이다.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장래를 망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내일신문, '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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