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성 우주강국은 없다

문창재 | 내일신문 논설고문 

하마하마 하던 가슴이 천길 아래로 뚝 떨어졌다.  

우주강국은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닌데 왜 저러나 했더니, 끝내 온 국민을 실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2010년 6월 10일 오후 5시 1분, 전남 고흥군 나로 우주센터 발사장을 떠난 인공위성 나로호 발사체는 불과 2분여 만에 지상 70km 상공에서 폭발했다. 대한민국 우주과학 18년의 꿈과 열망이 산산조각 난 순간이다. 

지난해 8월 여러 차례의 연기 끝에 나로호를 쏘아 올렸다가 실패한 뒤, 우리는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고 실패에서 배우기를 권고했다. 세계 열번째 스페이스 클럽 회원이 되지 못해 아쉬워하는 관련 과학자들과 공직자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한 마음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면 이런 실패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정해진 기간에 공 세워야 할 무슨 사정이 있나 

이번 나로호의 실패는 작년보다 더 참담하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작년에는 발사체가 우주 공간까지는 날아갔다. 그곳에서 발사체와 위성을 분리시켜 궤도로 진입시키는 장치(페어링)의 한쪽이 작동하지 않아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기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공중폭발해버렸다. 갈수록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뒷걸음을 친다면 과학이 아니다. 

실패에서 1년이 채 못 되어 다시 발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 실패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왜 이리 서두르나’ 싶었는데 불안한 예감이 딱 들어맞았다. 발사체를 발사대에 일으켜 세우는 첫 작업부터 일은 꼬였다. 전기신호의 이상으로 발사체 세우기가 5시간 이상 늦어졌다. 발사가 순연되어야 마땅한 일인데 강행하려는 기류가 있었다. 

이번에는 엉뚱한 사고가 일어났다. 발사대 주변에 설치된 소방설비의 오작동으로 소화용액이 엄청나게 분출되어 발사체 하단을 뒤덮었다. 도리 없이 발사가 연기되었다. 계획을 무기연기시키고 그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트러블을 해결한 뒤에 발사체에 미칠 영향까지 따져보아야 할 일 같았다. 

그런데 다음날 바로 발사를 실시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졸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리도 급한가. 주말부터 날씨가 나빠진다는 예보 때문에 강행한 것인가. 좀 더 신중하면 안 되는 것인가.  

정해진 기간에 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작년에도 여러 차례 연기 끝에 발사를 강행한 것을 보면, 무언가 사정이 있긴 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느 특정 정치세력이나 지도자의 자랑과 업적이 될 수 없다. 과학자들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소신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와 실험에 몰입해야 조금씩 진보하는 것이 과학의 생리다. 

특히 역사가 일천한 우주과학의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우주과학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나왔다. 우주과학 강국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일본 중국 등 스페이스 클럽 회원국 대다수가 참담한 실패를 딛고 일어선 나라들이다. 

실패에서 배워 차분히 한걸음씩 나아가야 

미국은 우주과학에도 최고 선진국이지만, ‘실패학’에도 가장 앞선 나라다. 1986년 온 세계 사람들이 다 지켜본 챌린저호 폭발사고를 계기로, 관련학계와 공직사회에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는 운동이 일었다. 실패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법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철저히 원인을 찾아낸 것이 우주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 스페이스 클럽 회원국은 아홉 나라다. 우리가 열 번째 나라가 되려는 조바심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것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남의 나라에서 도입한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려, 설사 성공을 했다 한들 그것으로 우주강국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위성은 순수 국내기술이고, 발사대 기술의 80%가 국산이라는 자랑도 그렇다.  

사고 직후 안병만 교육과학부 장관은 3차 발사계획을 입에 담았다. 의욕은 좋지만 제발 서둘지 말고, 실패에서 배워 차분히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착실히 나아가기 바란다.(내일신문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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