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의 요구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추진해온 <부자감세 정책>의 소비 진작 효과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이 만들어낸 소비 진작 효과는 많이 잡아도 1조 4,98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2009년 감세분 기준). 세수 감면 규모가 4~5조 원에 달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소비 진작 효과는 아주 미비한 셈이다. 

차라리 감세규모 만큼의 돈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거나 하위 20% 계층에 집중해서 분배했다면 훨씬 더 큰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예산정책처의 자료는 감세를 통한 소비 진작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노선이 철저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최근 ‘비상경제정부 1년 주요 정책 추진 성과’에서 “경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우리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평하였지만, 사실 서민들의 삶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영세 상인들은 손님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주부들은 물가의 고공비행에 힘겨워한다.

지난해 3·4분기의 가구당 실질소득 증가율은 -3.3%로 2003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전체 근로자의 반이 넘는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상승률도 -7.2%로 전 분기(-1.3%)보다 훨씬 더 나빠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대다수의 가계가 매년 실질 임금을 삭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 적자를 각종 신용카드나 가계 대출 등 빚으로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712조 7,971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4% 늘어난 반면, 총가처분소득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043조 1,988억 원으로 1년 동안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 가처분소득 대비 실질 가계부채 비율 역시 8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가계가 은행융자나 마이너스 통장 등 빚을 갚느라 소비의 여력이 크지 않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고, 실질적인 체감 경기를 회복하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적극적․보편적 복지정책을 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0년 사회복지지출의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GDP 대비 10.95%이고, 공공복지 지출 수준은 GDP 대비 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 평균(=20.6%)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 성적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우리 국민들의 삶이 고달픈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일부 취약계층만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적극적․보편적 복지정책의 시행을 통해 <사회 임금>을 늘리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연계 전략’을 주장하여 왔다. 우리는 최근 일본의 정책 변화를 보며, 이와 같은 우리의 신념을 재확인하게 된다. 

50년 토건 국가의 종말을 고하고, 자민당 정권을 교체한 일본의 민주당은 이제 적극적인 사회보장의 확대를 경제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간 나오토 총리(민주당)는 “사회안전망의 충실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며 앞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없애고 소비를 확대해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는 새로운 일본의 성장전략을 발표하였다. 

즉, 사회보장의 확대로 다수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적극적인 국민생활 복지 지출을 통해 정부의 '이전 지출(Income transfer)'을 국민 가처분소득의 증가로 연결시키는 전략을 골자로 하는 일본 판 ‘제3의 성장의 길’을 신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것이다(6/11 총리 취임 연설, 6/14 중의원 연설). 

한국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회보장 지출을 지속해왔던 일본이 지금 보다 더 확대된 사회보장 정책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신성장 전략의 주요 부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정부여당은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가혹한 심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적극적․보편적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출증가와 지표상의 경제성장이 고용창출과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돌파하려면 무엇보다 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의 증가는 단순히 연구개발비(R&D)를 확대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차원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려면 좀 더 세련된 고차원적 사회복지가 필요한 것이다. 

국민소득 5만 불 시대를 만든 북유럽의 국가들은 예산이 남아돌아서 전 국민의 생활을 지원하는 적극적․보편적 복지제도를 채택한 것이 아니다. 제도적 복지를 채택하였기에 국민소득 5만 불의 안정적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웃 일본의 사례를 뻔히 보면서도 부자감세와 4대강 개발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현 정부는 장차 더욱 가혹한 국민적,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2010년 6월 17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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