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혁명이라고 할 만큼 강한 충격과 여운을 남기며 지방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사퇴하였다. 교두보를 상실한 한나라당은 다음 선거에서 생존권 위협을 느낀 초선 의원들의 당, 정, 청 전면 개편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청와대는 선거구 개편이라는 카드로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반면, 당선된 진보개혁 후보들은 현 정권 심판이라는 국민의 의지를 받들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대강 개발 반대를 위한 연대모임을 구성하고,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연기 군수와 충청지역 광역단체장들의 성명도 발표되었다. 

단체장이 바뀐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4년간 지방정부 운영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의욕적으로 50% 여성할당을 실현하는가 하면, 학계와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비롯하여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인수위 구성이 시도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에는 호화 청사를 매각하여 주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획기적인 정책들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신선한 움직임들 속에서 씽크탱크인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역주민들과 당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몇 가지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인수위는 지방정부의 예산부터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방정부 예산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분석이다. 지방정부의 전체 수입 중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수입(즉,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2.1% 에 불과하다(행정안전부, 2010년). 실제로 자치단체의 수입으로 구성되는 대부분의 예산은 중앙정부의 예산에 대한 대응예산(matching fund)이나 의무지출을 하여야 하는 경직성 예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체 예산 중 자치단체의 재량적, 자율적 집행이 가능한 재원의 비율(세수입+세외수입+지방교부세+재정보전금+조정교부금/일반회계예산)을 나타내는 재정자주도는 평균 75.7%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는 사실은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용 재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수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챙겨보아야 할 것이 지방정부의 중기재정계획이다. 이 속에 들어있는 예산 계획 중에 토목건설 예산 등 건설회사들 배만 불리는 예산 항목과 불요불급한 사업 항목을 찾아내고, 주민 합의 속에서 이를 과감하게 중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2010년 예산은 이미 결정되어 있어,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단체장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예산은 기껏해야 예비비 정도에 불과할 것이나, 기존 사업들의 재검토와 합리적인 대안 마련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 예산을 찾아내 해당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능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말에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예산을 초등학생들의 무상 준비물 예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떤지?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어 보는 것이 좋다. 

호화 청사 건립에 소요될 중앙 정부의 지원금을 포기하고서라도 그에 대한 분담금으로 들어갈 시 예산을 2011년부터 태어날 아이들에게 아동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과 폭넓게 논의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4차선 도로를 내지 않아 발생하는 5분간의 지체시간을 용납해 준다면, 관내 모든 신생아 출산 가정에 산모 도우미를 보내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도로 시설물 및 전기시설물 설치를 위한 예산을 꼭 필요한 곳으로 한정한다면 ‘방과 후 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의 숫자를 확대할 수 있다. 종합복지관 한 곳을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약 200억 원의 예산이면 어린이, 장애인, 노인, 여성 등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적어도 선거 때 주민들에게 공약한 것은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당선자들 중 실제로 정책집행 능력을 갖춘 인물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6.2 선거혁명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란 거대한 쓰나미 속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후보자가 승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들의 진정한 능력과 도덕성 등이 엄밀히 평가되지는 않았다. 

이들 중 다수는 구시대적인 지역개발과 토건 중심의 정책발상을 아직도 갖고 있으며, 심지어 지역사회의 토호 및 부패세력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반개혁세력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을 이끌어주고 견제할 외부 세력이나 강력하고 유능한 중앙당 등 정치적 구심체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모든 자치단체장들이 선거혁명을 통해 표출된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어 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외부 감시는 일단 이들이 선거 때 약속한 정책과 공약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수위원회 구성 자체를 지역의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개방형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인수위원회 이후에도 ‘주민참여 형 예산심의제도’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지자체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자문과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에서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개발 지원과 감시자 및 감독자의 역할을 병행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집단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논의도 필요하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비와 장치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작동하지 않는다면 운 좋게 선출된 당선자들이 그들의 전임자들과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셋째, 2010년 지방선거의 승리를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한 지역에서 확실한 성공사례를 구축하여야 한다. 기존의 막무가내식 지역개발 정책이나, 토건세력과 결탁한 일부 지역토호 중심의 정책, 또 권위적 지방행정문화에 힘입은 반주민적 의사결정 등을 모두 극복하여야 한다. 지역 주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지지하고 안정화하는 보편적 복지의 구현을 통해 보육 및 교육 불안, 일자리 불안, 의료비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등 국민 5대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는 정책의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보육, 보건, 교육,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지방정부가 창출하고 제공하는 다양한 일자리와 생활서비스의 혜택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열망 속에서 교체된 인사들이 기존 단체장들과 다름없는 짓들을 되풀이 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휴일을 희생하면서 투표하였던 많은 이들이 2012년에는 실망감 속에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아예 반대쪽으로 돌아서게 될 것임을 진보개혁 정당들과 당선자들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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