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와 ‘교체’만이 해법인가
- Posted at 2010/05/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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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암함 사고 원인조사 발표가 임박한 때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야당 천안함 조사특위 자문위원을 검찰에 고소한 일은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위원 한 사람을 교체해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한 일도 마찬가지다. 반대 의견 가진 사람을 고소하고 조사요원을 교체해 가면서 내린 결론이 잘 먹혀들까.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최근 참여정부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출신인 박선원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하여 수사 중이라 한다. 한국경제에 대하여 비판적인 글을 쓴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일에 비추어 보면, 박씨는 아마도 기소를 면하지 못 할 것 같다.
박씨는 일부 진보성향 매체들을 통해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말해 왔다. 민주당 천안함 특위 자문위원인 그는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이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들을 미국이 갖고 있다”면서, 천안함 항적(航跡)정보와 교신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천안함 조사특위 자문위원 고소 떳떳하지 못해
국방부는 한국정부가 관련 자료를 감추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매체에 말한 것이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사태에 대해 의문과 의혹을 표한 모든 국민과 매체가 고소 대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천안함 침몰은 누가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고였다. 그런 사고에 관한 중요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 어떻게 국방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개인자격으로 제기한 고소사건을 공안사건으로 몰아가는 검찰은 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는 정부가 주장하는 어뢰공격설의 중요한 단서인 화약 성분과 알루미늄 파편에 대하여 “RDX 화약은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쓰는 범용(汎用) 화약이므로 어뢰라는 증거가 될 수 없고, 3cm 짜리 알루미늄 조각도 마찬가지”라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북한의 어뢰 공격설을 굳혀가는 데 중요한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더 결정적인 증거와 근거를 제시해서 그 추론이 틀렸음을 입증함으로써, 다수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반대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조치는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던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다. 검찰이 이 고소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한 일은 미네르바를 구속해 반대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던 작년 일을 떠올리게 한다.
국방부가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씨를 교체해 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한 것도 그렇다. 국방부는 “신 위원이 조사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적인 주장을 내세워 조사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한 가지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가 라디오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 온 것이 결정적 이유인 것 같다.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면 성실의 의무를 촉구할 일이지,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입맛에 맞는 사람만 데리고 조사를 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엄정히 조사하고 결정적 증거·근거 제시해야
그는 최근 몇몇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가 후진으로 빠져나가 정상 항행구역으로 이동 중 미군 것으로 추측되는 함선과 2차 충돌해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해왔다. 주한 미군사령관이 고 한주호 준위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고, 주한 미 대사가 백령도를 방문한 사실을 들어 미국이 깊숙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여, 그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면 그만이다. 법 절차에 따라 야당이 추천한 조사위원을 바꾸어 달라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위원회 제도라는 것이 무언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의사결정을 못미더워하는 민심을 의식한 제도가 아닌가.
대통령도, 정부도, 군도 모든 가능성을 다 염두에 두고 엄정히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래서 다수 국민은 궁금증을 참고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반대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을 고소로 겁박하고, 마음에 안 드는 조사위원을 갈아치워 가면서 내리는 결론이라면 기다려 보나마나 뻔하다. 역사에 남을 일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내일신문 5.15)
문창재 | 내일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