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 묘약이 될까

요즘 교육외적인 요인으로 술렁거리는 학교가 많다. 일부 학교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들이 교장 공모 심사로비의 대상이 되었고, 교장실과 교무실 분위기도 산만해졌다. 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공고된 학교장 공모제 때문이다.

교장 공모에 입후보할 사람들이 교장공모 심사를 맡게 될 학운위 위원들에게 연줄을 대려는 것이다. 정부가 교육계 비리 근절책으로 꺼내 든 이 처방이 과연 효력이 있겠는가. 이런 물음에 일선 교육계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연히 퇴임교장들의 정년만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높다. 응모 자격을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1학기 말에 교장이 정년퇴직하는 전국 767개 학교 가운데 56.7%인 435개교 교장을 공모제로 임용한다고 공고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 교육청들은 공고를 내고 심사기준을 제정하는 등, 교장공모 실무에 착수했다. 공고기간이 끝나 1차 심사준비에 착수한 곳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르는 사이에 교장의 반 이상을 공모제로 뽑는 제도 변화가 저만큼 앞서 가고 있는 것이다. 

‘장천 감오백’ … 돈 쓰고 교장 교감 되는 세태

문제는 이 제도가 교사와 학부모 등 이해당사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존경받을 만한 교장초빙의 뜻을 널리 알려,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제도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자격이 교장자격 소지자로 제한되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장 자리가 사고 팔리고, 교장들이 관련 업자들에게서 뇌물을 받는가 하면, 노른자위 지역 교장이 교육당국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등 해묵은 교육계 비리가 터지자, 정부가 만병통치약처럼 들고 나온 처방이 교장공모제였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들은 문자 그대로 능력있는 사람을 뽑기 원하는데, 이번에 시행되는 공모는 교장 자격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퇴직자라도 자격만 있으면 응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전과 달리 공모심사위 심사결과를 무순(無順) 추천토록 해 교육청이 개입할 소지가 넓어졌고, 교육청의 2차 심사도 내부인사와 교육청 추천인사로 구성되게 돼 종전제도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총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교장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폭넓은 내부형을 원하고 있다. 교총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80% 이상이 초빙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내부형 또는 개방형을 선호한다. 교장자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은 자칫 정치색으로 물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장만 문제로 삼는 교육 행정가들의 사고방식도 문제라는 소리가 적지 않다. 자질이 미달인 교장을 만들어낸 1차 책임은 제도를 악용한 교육관료들에게 있는데, 그 근원은 그냥 두고 임용제도만 고치면 선후가 뒤바뀐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근년 서울시 교육청 비리에서 보았듯이, 부패의 원천은 교육관료들이었다. ‘장천 감오백’이란 말도 돈을 쓰고 교장 교감이 되는 사례가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유행한 말이 아닌가. 

교육직과 행정직 분리하는 대안도 검토해야

교육직과 행정직을 분리하자는 대안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일선 교사 가운데 유능한 사람을 뽑아 장학사 장학관 같은 전문직에 임용하고, 행정가들에게 너무 큰 권한과 혜택이 주어진 현행 제도가 교사들에게 ‘딴 마음’을 먹게 하는 근본요인이다. 장학사가 온다고 대청소 하고 환경미화 하느라고 법석을 떤 학교시절 기억을 한국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교육 행정가에게 교육을 돕고 거드는 임무만 주어진다면 장학사가 왜 그리 무서울 것이며, 장학사 되려는 교사가 왜 그리 많겠는가.

교육비리의 원천을 따지고 올라가면 결국 교육행정에 귀책사유가 있다.

소신과 철학이 있고 도덕적인 사람이 교장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우수한 사람이 교직에 많이 진출하도록 유인체제를 만든다면 한국 교육계가 이토록 지탄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교육적이고 도덕적어야 할 곳이 가장 부패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불식하려면 교육관료들의 탁상 아이디어만으로는 안된다. 널리 지혜를 구하여 좋은 개선안이 있으면 차근차근 법제를 고쳐 나가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내일신문 5.7)

 문창재 내일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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