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은 국민과 지지자에 대한 배신이다!
- Posted at 2010/05/06 19:07
- Filed under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국민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100만이 넘는 인파가 촛불을 들며 그토록 반대했던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이 하나둘씩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2008년 촛불 당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접었던 현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들이 대거 입법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의료법인 부대사업으로 경영지원 허용의 확대, 의료법인 인수합병의 허용, 제주특별자치도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결정되었고, 관련 법안이 국회로 넘겨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CBS 노컷뉴스가 4월 1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6월 2일 지방선거 이후에 영리법인 병원의 전국적 허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경제부처는 벌써부터 벼르고 있으며, 여기에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한다. 6월 2일 지방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여 드러나지 않게 추진하는 것일 뿐, 지금껏 미루어왔던 의료민영화 관련 제반의 조치들이 하나둘씩 부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다. 현재 진행되는 일련의 행보를 볼 때 6월 2일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와 정부가 취할 조치들을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다.
국회에 상정될 의료법 개정안과 제주특별자치도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 법안의 국회 처리, 영리법인 병원의 전국적 추진에 반대하고 있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과 의료민영화 추진에 적극 호응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정부 내 반대 목소리의 척결, 이미 장악한 방송매체와 조·중·동을 앞세운 적극적 홍보와 지지여론 조성, 의료민영화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 관련 입법의 법제화 수순이 그것이다.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집권세력이 일정한 성과를 얻게 된다면,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청와대와 정부의 행보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6월 2일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정부가 소위 ‘의료민영화’의 추진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와 배경은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의료’를 통해 내수활성화를 도모하고 거시경제의 성장을 일정수준 이상 견인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세계경제의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고,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 동력을 ‘의료 서비스’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우려로 그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기존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건대, 6월 2일 지방선거 이후에는 내·외부의 반대 목소리에 대한 정리 작업부터 본격화 할 듯싶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행보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상승이 없고, 기존 국민건강보험체계를 훼손하지 않고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의료민영화 관련 정책 하나하나를 분해하고 종합해 보면, 아픈 사람들이 지불하는 치료비와 국민 누구나 지불하는 국민건강 보험료를 비롯한 민간의료 보험료의 인상을 부추겨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성장률 높여줄 터이니 국민들에게 의료비를 더 부담하라고 강짜를 부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둘째, 의료 관련 산업에 뛰어들어 돈을 더 벌어보고자 하는 재벌기업과 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자리도 생기고 여기에서 생계를 이어갈 서민들도 있겠지만, 의료민영화는 본질적으로 재벌기업과 금융자본의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다. 재벌과 금융자본은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여 대기업이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고 6백조 원을 넘는 부동자금의 일부가 의료시설에 투자되어 의료기관 운영에 개입하며,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통해 재벌과 금융자본이 기존 국민건강보험이 담당하던 역할의 일부나 혹은 전부를 자신의 활동 영역으로 삼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왔다.
정부도 이러한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여 영리법인 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완화 혹은 폐지를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줄기차게 대변하고 있는 공복들에게서 대한민국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서의 ‘의료’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 확대를 통한 국민부담 경감은 물론이거니와 의료민영화로 초래될 일반 국민의 고통에 대한 배려나 고려의 단초를 찾아볼 수 없으니, 이들이 누구의 돈으로 누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인지 헤아리기 난망할 뿐이다.
셋째, 6월 2일 지방선거 이후 상당기간 선거가 없는 정치적 공백기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번 선거가 마무리되면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자잘한 보궐선거를 제외하고는 큰 선거가 없어 정치적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기를 맞게 된다. 의료민영화 추진의 핵심 세력들이 이렇게 좋은 정치적 시공간을 놓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미국 의료제도가 1970년대 중반 이후 밟아왔던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화, 영리화, 기업화 과정을 모델로 하고 있다. 미국의 잘못된 선례를 추종하여 얻게 될 결과는 오늘날 미국 의료가 직면한 불행한 현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여기에 집착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과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야당보다 높다고 자만하지 말기 바란다. 그들이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경제성장을 추동해 온 산업화 세력에 대한 ‘일말의 기대와 믿음’, 그리고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뿌리내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집권 시절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다.
이들을 배신하려 하지 마라! 정책을 고민하는 것까지는 용서될 수 있어도,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 배신당한 자들의 분노가 정치판의 지각을 뒤흔들 것이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2010년 5월 6일 논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