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유혹, 설렘

                                                       김민웅 / 성공회대 교수


꽃은 흙 속에서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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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볕이 들면, 감추어져 있던 꽃 봉우리들이 일제히 그 미모를 드러낸다. 어찌 보면 마치 잘 훈련된 병정들이 나팔소리에 “와!”하는 함성과 함께 연병장에 쏟아져 나온 듯 한 인상마저 준다. 하지만 그것은 획일적인 명령에 따른 일렬종대의 집결이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활력을 과시하는 젊은이들의 무리가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로운 자세로 모여 있는 모습이다.


노란 개나리는 단연 봄의 전령(傳令)이다. 그 앞을 지나는 우리를 줄지어 반겨준다. 바람이 불면 개나리는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드는 노란 제복의 소박한 소녀들이 된다. 한편, 목련은 얼핏 나뭇가지에 온통 작은 솜사탕을 얹어 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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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과 진달래는 산마다 붉은 기운을 뿜어내게 한다.  남성적 육중함을 가지고 있던 산이 어느 새 화장으로 예쁘게 단장한 여성으로 변신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산은 육감적이 되고 있다. 


아카시아는 바람결에 그 향기를 세상에 충만하게 한다. 그 진한 꽃향기는 시인 한용운이 표현했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으로 흩날린다.  보리밭의 태양이 들녘을 가로질러 봄이 익으면 꽃비처럼 떨어지는 아카시아도 추억이 된다. 그 옆에 돌담이라도 있다면, 더욱 좋다. 사랑하는 이가 또 그 곁에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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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다 유혹이다. 봄의 유혹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타락으로 이끌지 않는다. “멋진 설렘”으로 다가온다. 매혹의 전원(田園)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꽃이 되어간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만, 꽃처럼 아름답다면 더욱 축복이다.


“내가 너에게 꽃으로” 존재하고 싶은 이에게 그 축복은 신이 내린 화두(話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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