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이 아니라 표정으로도 말한다.
얼굴 표정 속에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담기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살이까지도 배어 있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도 그런 뜻에서 나온 얘기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속생각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 속에 들어 있ㅈ는 오장육부의 건강 상태까지 얼굴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얼굴 부위의 인체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오장육부와 그대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몸과 얼굴 형색(形色)을 살펴 진찰하는 방법이 발달해 왔다. 키가 큰가, 얼굴이 네모 난가, 코가 큰가, 입이 작은가 등 사람의 생긴 모습(형)을 파악하고 얼굴빛이나 전체적인 피부색(색)의 특징을 가려내 병의 진단에 이용하는 것이다. 한의학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관형찰색(觀形察色) 또는 망진(望診)이라고 부른다.
원래 한의학에서 행하는 진료는 형색맥증의 네 가지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환자의 생긴 모습(形), 얼굴색과 피부색(色), 맥의 상태(脈),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症)을 종합하여 발병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다.
“지금의 한의학 풍토는 형색보다는 맥증에 많이 치우친 감이 있습니다. 진맥과 환자의 증상을 중심으로 ‘이런 병에는 무슨 약을 썼더니 낫더라’하는 문제만 생각하는 거죠. 나 역시 10여 년 전 형상의학을 접하기 전에는 똑같은 오류에 빠져 있었습니다.”
전문의는 형상의학(形象醫學)이라는 ‘임상 위주의 한의학’을 표방하고 있는 형상의학 전문가다. ‘생긴대로 병이 온다’고 생각하는 형상의학에서는 그동안 한의학계가 소홀히 취급해 왔던 형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형색맥증(形色脈證)의 합일을 통해 정확하고 완전하게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병이란 것이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며 동시에 복합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형색맥증에 의한 종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합일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정확하고 완전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죠. 맥증만으로, 또 형색만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진단 자체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므로 치료도 더딜 뿐만 아니라 치료 후 재발하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형색맥증(形色脈證) 한의학에서 행하는 진찰 방법으로 환자의 생긴 모습(形), 얼굴과 피부 색(色), 맥의 상태(脈), 환자가 느끼거나 호소하는 증상(證)을 모두 종합하여 병의 원인을 찾아낸다.
여러 가지 질병들, 형색으로 나타난다
사람의 형상을 바탕으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의학적으로 정리된 것은 중국 한의학의 최고(最古) 의서로 꼽히는 ‘황제내경’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는 겉모습의 형상과 징후로 몸 안의 오장육부의 상태를 살피는 오장외후(五臟外候)를 비롯하여 생활법도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중국의 전국시대 후기에 활동했던 명의 편작도 “병이란 내부의 반응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어서 체표(體表)의 사소한 증상으로도 먼 미래의 예후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한의학의 자랑인 ‘동의보감’도 ‘황제내경’의 의학 이론들을 수용하고 있는데 인체의 형상이 여러 가지 질병과 어떻게 연관되는 지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특히 사람의 형색을 살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형체는 긴 편이 짧은 편만 못하며, 큰 편이 작은 편만 못하고 살찐 편이 여윈 편만 못하며, 흰 편이 검은 편만 못하고, 더욱이 살이 찌면 습(濕 )이 많고 여위면 화(火 )가 많으며 살결이 희면 폐기(肺氣)가 허하고 검으면 신기(腎氣)가 부족(不足)하므로 사람에 따라 형색(形色)이 다르고 오장육부도 같지 않으니,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비록 같을 지라도 치료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얼굴은 인체 내의 기와 혈이 운행하는 통로인 경맥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손끝 발끝 등 몸의 구석구석에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몸의 어딘가에 병이 들면 얼굴에 나타날 수밖에 없죠. 결국 얼굴은 전신의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신호등인 셈입니다.”
형상의학이 한의학의 역사에서 명의라고 손꼽히는 화타, 편작, 유의태, 허준 등이 추구했던 의학과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말한다. 동의보감에는 형상과 관련된 구절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이목구비의 하나인 귀가 오장육부 중 신장의 상태를 반영합니다. 따라서 귀를 보면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동의보감’ 에서는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오장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고 하는 형상의학은 이러한 의학 이론을 토대로 하면서 주역을 비롯한 동양 철학과 실제 임상 경험을 의학적으로 체계화한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속생각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 속에 들어 있는 오장육부의 건강상태까지 얼굴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얼굴부위는 인체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오장육부와 그대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상에 맞게 생활하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얼핏 보면 형상의학이 관상학과 혼동되는 점이 없지 않다. 우선, 그 판단의 기준이 사람의 생김새에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 관상학에서도 얼굴 모습과 피부색에 따라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생김새를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한다는 점에서도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관상학에서 사람의 생김새를 파악하는 것과 형상의학에서 환자의 형색을 파악하는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관상학은 생김새의 좋고 나쁨을 가지고 그 사람의 길흉화복이나 운명을 점칩니다. 이에 반해 형상의학은 질병을 치료하고 보양(保養)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죠. 그래서 같은 대상을 두고도 서로 다르게 볼 때가 많습니다.”
한 예로 관상학에선 귀가 크고 귓불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좋은 상으로 본다. 그러나 형상의학에선 귀가 큰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귀가 크면 신장 또한 큰데 신장이 크면 허리가 잘 아프고 나쁜 기운에 상하기 쉬우므로 건강치 못하다고 여긴다. ‘귀는 작으면서 단단해야 좋다’고 말한다.
천하의 명의인 편작이나 화타를 비롯해 유의태, 허준 선생까지 관상의 대가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운명을 논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단지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얼굴의 형색을 보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보고 질병을 치료하고 운명을 변화시켰다.
형상의학에서는 질병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물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에게 있어 질병은 부정적이면서 동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질병이란 인간이 흠(모순)을 지닌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나타나지만 그 불완전함을 극복하고 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형상의학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형상(形象), 즉 생긴 대로 병이 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긴 대로’란 겉모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성정(性情)과 살아가는 방식까지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형상의학의 중요성은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의학의 차원에서도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뚱뚱한 사람은 뚱뚱한 게 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마른 사람은 말랐다는 게 병의 원인이 됩니다. 간단히 말해 ‘생긴 대로 병이 오는’ 것이죠. 따라서 뚱뚱한 사람은 뚱뚱한 대로 마른 사람은 마른대로 각자 생활의 법도가 다르며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형상에 맞게 생활하면 누구든 병을 예방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형상의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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