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를 위한 애가(哀歌)

김학웅 | 변호사  

판결 형량을 향한 ‘절망’이다

여덟 살. 건드리기만 해도 깨어지고 부서져버릴 것 같은 나이.

나영이. 가족에게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 뿐인 딸. 그럼에도 그 소녀를 해친 인두겁을 쓴 짐승에게 선고된 형은 고작 징역 12년. 이것은 어떤 기준을 근거로 내려진 판결인가.

여론이 들끓은 것은 인두겁을 쓴 짐승에게 너무나 가벼운 형량을 적용했다는 ‘절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판결 기준은 인두겁을 쓴 짐승이 술 먹은 상황에서 범한 죄과이므로 ‘술 먹은 범죄자를 벌하는’ 최고형량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의 사법부는 놀라우리만치 성범죄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다. 특히 그 성범죄가 근친이나 친족을 상대로 벌어지는 경우, 장애인을 상대로 벌어지는 경우에 턱없이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일이 적지 않다. 조두순 사건(나영이 사건의 범인)은 어떠한가.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정신이 혼미하지 않았다면 엄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서 판사가 대체 왜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을 선택했는지, 모든 사람이 의아해서 공분하는 것은 당연하다.  

판결은 진정 공정했는가

사법부의 누군가는 이야기할지 모른다. 범죄자에게도 술 먹을 자유와 인권과 프라이버시가 있다고.

혹여 재판부가 위와 같은 생각으로 그런 ‘가벼운’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기를 이 ‘B급 변호사’는 빌고 있다. 범죄자의 그런 자유와 인권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고, 오히려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은 피해자의 인권과 프라이버시이며, 범죄자는 그의 죄과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정의이다.

그러하기에 구미의 프라이버시 종주국들은 아동에 대한 성범죄자에게 중형을 선고함은 물론 그 신상을 공개하고 화학치료로 거세하는 강경한 처벌을 하고 있다. 관용(톨레랑스)의 모국 프랑스는 2차 대전 종전 후 나치 부역자뿐만 아니라 나치 치하에서 민사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까지 척결했다. 
 

공소시효를 연장하라

물론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치료와 보호이다. 특히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엇갈린 진술을 했다고 범죄자를 불기소하거나 범죄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는 사태를 막아야한다. 또 거세형의 도입 역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 기간을 연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어린 피해자가 수치심 때문에 범죄자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이에 공소시효가 흘러 범죄자가 백주대로를 활보하는 일은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권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해하고자 한다.

"인면수심의 성폭행을 자행하는 건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밤에 짧은 스커트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짐승의 성욕을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참하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가엾은 피해자들의 억울함과 연쇄살인범의 잔혹한 행동에 분노하는 대중 앞에서 "너희가 프라이버시권을 아느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은 모두 나쁜 짓"이라고 읊조리는 건 정말이지 폭력적으로 들린다고.(언론인권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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