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을 보고
- Posted at 2008/03/12 09:37
- Filed under 문화예술
뒤로 돌아가는 연극(Backward Rewinding Drama)
김민웅 / 성공회대 교수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 모두를 한 무대에서 단 두 세 시간 동안 즐길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The Complete Works of Shakespeare)>이라는 제목의 연극은 그의 작품 30개를 세 사람의 배우가 1인 다역으로 뭉뚱그려 펼치는 방식이었다. 영국 런던의 연극 거리 웨스트엔드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으로 그 무대를 옮겨 선을 보이고 있다.
팀 슈워트(Tim Schwerdt) 3명의 배우들은 97분을 꽉 채운다
“완벽한 전작/全作(Complete)”이라고 내세우면서 사실은 “축약본(Abridged)”라는 단서를 단 것에서 이미 코미디의 유쾌함을 알리고 있었는데, 호주 배우 셋이 주연으로 나선 이 연극은 관객의 태반이 영어권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보니 현장은 서울인데 런던 웨스트엔드나 뉴욕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에 와 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지경이었다.
극의 후반부는 <햄릿>. 공연이 끝나자 배우들은 <햄릿>을 앙코르로 보여주겠다고 알린다. 당연히 난데없다. 노래나 연주도 아닌 연극 무대에서, 그것도 배우 스스로가 선사하는 앙코르는 그 자체로 코미디다. 그 앙코르도 시끌벅적하게 끝나고 이제 막이 내리나 했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보여주겠단다. 비디오테이프를 “뒤로 감아 돌리는 방식(backward rewind)”인 셈이다. 물 컵의 물을 얼굴에 뿌린 뒤 물에 빠진 연기를 했던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가 이번에는 물속에서 빠져나와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장면을 연출하자 관객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앞의 대목이 없으면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역발상이다.
그러고도 아직 극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햄릿>을 아주 빠르게 앙코르로 보여준다면서, 칼을 빼들고 결투를 벌인 햄릿과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즈가 죽는 장면이 단 10초 사이에 전개된다. 그야말로, “완벽한 축약본(complete abridged version)”이다.
인생도 거꾸로 짚어보면, 그 출발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고 나서 완벽한 축약본을 꾸며본다면, 우리 인생은 과연 희극이 될까, 비극이 될까? 우리의 "모든 것(complete works)"은 그 안에 있으니 말이다.
* 이 글은 메트로서울(2008. 3. 12)과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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