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문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09"
- Posted at 2009/09/01 11:44
- Filed under 문화예술
최동규
홍대 앞에서 열리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09’의 마지막 날이다.
50대의 중년이 홍대거리를 혼자서 걷는 뻘쭘함이 싫어서 작은 딸이라도 동행할까 하고 벼르다가 페스티벌 기간 막바지에 다다랐다. 결국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시간이 안된다는 녀석을 포기하고, 젊은(?) 친구를 불러서 함께 다니기로 하였다.
토요일 오후 5시에 도착한 홍대입구역 5번 출구는 주변의 공기부터가 심상치 않다.
헤어스타일에서 신발까지 각자가 뿜어내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젊음, 도전, 파괴, 자유, 창조와 재창조..... 이런 에너지를 팍팍 뿜어내는 젊은이들이 서서, 혹은 앉아서 토요일 저녁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
확실히 여기에 올 때마다 기성화되어가던 내 머리에 활력이 돌고 젊어지는게 느껴진다. 이런 의미에서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젊어지고 싶은 나이든 사람들이 자주 오면 좋을 곳이다.
홍대쪽으로 가는 길목에서 요요 거리공연을 보고 프린지 페스티벌의 축제센터가 있는 서교예술실험센터에 들렀다. 예전의 동사무소를 개조한 공간에서 문화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새로운 시도가 참신하다. 개원한 지 2~3개월이지만 홍대앞 문화생태계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곳이다.
시장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개인사업자와는 달리 공공성을 축으로 움직이는 공공기관이 운영을 맡은 곳이다. 공공성의 강점은 살리되, 공공기관 운영방식의 여러 위험성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조직구성과 관리, 계획수립과 예산집행에서의 공공기관 운영방식은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압살해 버리는 심각한 오류를 범함으로써 지극히 반문화적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높다. 오류에 대한 사례와 일반화된 논의들이 많으니 충분히 대비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주차장 거리를 편하게 걸으면서 시 낭송과 기타 반주의 거리공연을 더 보았다. 다양성과 비공식성이 돋보이는 프린지공연에 홍대앞 보다 더 적당한 공간을 찾기는 어려우리라.
하지만 상업적인 추파를 던지는 시선은 많은데 비해서, 예술적인 언어로 말을 거는 이들은 너무나 적은 것이 아쉽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에 이들을 소비자로 바라보는 시장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지만 절제를 강제하지 않으면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과 주 고객층과 주 판매품목이 조금 다른 시장골목 정도로 전락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홍대거리의 자유와 활기를 먹으면서 자라나는 문화예술의 자원들을 모으고 키우기 위한 노력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발굴된 예술가나 예술단체들도 상설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의 진화와 발전을 통해서도 일정 정도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상상마당의 의미 있는 작업들을 몇 가지 둘러본 다음 프리마켓으로 향했다. 프리마켓을 들어가면서도 그 구도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점상들의 할로겐 불빛 속을 들어가야만 프리마켓을 말날 수 있다. 주로 예술작업을 통한 생활소품들인데, 놀이터 바깥의 노점상 판매물건도 비슷한 아이템이다. 서로의 양보와 타협이 가져온, 그러나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프리마켓에서 즐거워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 아이들이 벌써 고3, 고1이니 프리마켓에 와본 지가 5년도 더 된 것이다.
얼마 넓지 않은 프리마켓 공간 안에 있는 것이 여전히 즐겁다. 예술가들의 깜찍한 발상이 들어있는 나만의 물건을 가진다는 호기심이 들어간 구매행위는 다른 쇼핑에서는 얻기 어려운 독특한 기쁨을 준다.
썬캡이나 티셔츠, 열쇠고리 하나에서도 기성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흥분과 설레임을 함께 구입할 수가 있다.
홍대앞에서 느끼는 특별한 느낌 중 하나는 “일상으로부터 약간의 벗어남”이 주는 흥분과 설레임일 것이다. 이것은 예술가, 예술이 뿜어내는 아주 독특한 영감의 향기들이 고여서 만들어내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예술가의 창조성과 사람들의 공감이 어우러져서 이루어내는 아주 독특한 분위기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자연스러운 삶의 모든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먹는 즐거움, 쇼핑의 짜릿함, 문화와 예술의 독특한 자극이 주는 행복함 등등......
이것은 어쩌면 요리와도 같다. 주재료의 특색을 살리면서 짠맛, 단맛, 신맛과 매운맛 등의 양념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색과 향을 가미하여 한층 품위 있는 맛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주재료만 강조하여 싱겁고 맛이 없는 요리가 되거나 양념이나 향신료가 너무 강하여 주재료의 맛조차 느낄 수 없는 범벅요리는 매력이 없다.
홍대앞은 예술과 예술가를 중심으로 쇼핑과 놀이, 문화와 생활이 어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진화해 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가와 기획가, 상인과 공무원이 ‘홍대앞’이라는 아이콘으로 재구조화 되어서 만나야만 한다. 자기의 패러다임으로 상대방을 몰아가는 방식이어서는 불가능한 문제이다. 홍대앞 거리를 거닐면서 예술과 시장, 공공정책에 대해서 다시 고민한다. ('09.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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