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7개월, “임시조치를 임시조치하라”
- Posted at 2009/08/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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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그 시작
언론인권센터는 회원이자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를 지원하여 ‘임시조치’의 유해성을 고발하고 시비를 가리기위해 지난 7개월 간 노력해왔다. 당초에 최병성 목사는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로 시멘트를 만드는 행위를 고발하며 환경차원의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2008년 12월, 최병성 목사가 시멘트의 유해성을 고발하여 블로그 ‘최병성의 생명편지’에 게시한 글 50여개가 임시조치로 흑막처분을 당했다. 최 목사는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정당하게 환경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한국양회공업협회가 포털 다음에 명예훼손이라며 삭제요청을 한 결과였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2항(정보의 삭제요청)은 이용자의 명예를 훼손한 게시물을 포털이 30일 동안 임시조치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12월 24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나는 임시조치를 당했을 뿐이고”라는 제목의 논평문을 올리고, 12월 29일 인터넷상의 민원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임시조치 및 게시글 삭제’에 관련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보내온 답변서에 따르면 '임시조치'가 시행된 2007년 7월 이후 8개월간 인터넷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신청한 민원은 총 8530건이고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내용을 삭제한 것은 1000여건이다.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이 기관에 신청하지 않은 게시물을 생각한다면 30일간 붙잡혔다가 풀려난 글의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임시조치의 남용
임시조치는 2007년 7월부터 시행한 제도이다. 임시조치란 누군가가 포털 사이트에 게시한 글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삭제를 요청할 경우, 포털 측이 글을 게시한 쪽이 접근하지 못 하도록 일단 임시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삭제를 요청한 쪽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명예훼손 여부를 심의해달라고 요청한다.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결정문이 나오면 포털은 그 결정문을 바탕으로 글을 영구 삭제할 수 있다.
당초에는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이 법규정을 시행했으나 2008년 촛불정국 이후에는 요청만 있으면 대부분의 글을 삭제했다. 특히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글은 무더기로 삭제했다.
포털은 스스로도 명예훼손여부를 판단하여 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요청에만 의존하여 무조건 임시조치를 취하고 권고가 있으면 무조건 영구삭제를 해온 것이 문제점이다.
최병성 목사의 임시조치
최 목사는 포털이 임시조치를 내리자 바로 포털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양회협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게시한 15편의 글들이 명예훼손인지 여부를 다시 심의해달라고 신청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안건을 4차례 심의했다. 그러나 최 목사는 심의 과정에서 전혀 반대 의견을 개진할 수 없었고 2차례 회의만 참관했다. 결정이 나는 마지막 회의에는 참관을 거부당했다.
2009년 4월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5편의 기사 중 10편은 문제가 없다’, ‘1편은 각하한다’, ‘4편은 삭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발암물질 시멘트’라는 용어가 위협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용어는 그동안 언론사들도 사용해온 용어이다. 포털 다음은 삭제 권고에 따라 4월 26일 4편의 글을 영구 삭제했다.
최 목사는 이러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과 다음의 삭제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5월 12일 언론인권센터와 함께 소명 자료를 첨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3편은 기각, 1편은 보류라는 결과였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내다
2009년 5월 언론인권센터는 참여연대, 진보넷과 더불어 임시조치 남용사례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실행위원회 변호사들이 여러 차례 만나 이 사안을 논의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행정기구가 아님에도 ‘시정권고’라는 이름으로 포털에 행정력을 행사하여 영구삭제에 이르게 한다고 판단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영구삭제의 주체인 미디어다음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것과 임시조치법 개정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언론인권센터는 최병성 목사의 게시물을 임시조치 또는 강제 삭제한 사안을 두고 다음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2009년 6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 2000만 250원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임시조치를 문제 삼아서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이 소송이 임시조치 남용의 부당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포털 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 양측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하도록 하는 단초가 되리라고 본다.
인터넷자율기구의 변화
최근 임시조치와 관련한 포털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6월 29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국가기관이나 정무직 공무원 등이 국가 비판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해도 삭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시조치의 남용을 막겠다는 뜻이므로 환영할 일이다.
현재 최병성 목사는 강원도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과 함께 쓰레기 시멘트로 인해 건강상의 피해를 입은데 대해 집단소송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임시조치에 대한 소송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임시조치와 관련한 법을 개정하는 운동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언론인권센터 회보 37호, 정리 = 김예린 간사)
임시조치 대응 일지
2008년 12월 : 포털 다음, 블로그 ‘최병성의 생명편지’에 게시된 글 50여개 임시조치
12월 29일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임시조치 및 게시글 삭제’와 관련 정보공개청구
2009년 1월 14일 : 방송통신심위원회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서 도착
2009년 4월 : 최병성 목사 글에 대한 4차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4월 16일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권고조치 , 15편의 글 중 10편 문제없음, 1편 각하, 4편 삭제
4월 26일 : 포털 다음, 방송통산심의위원회 권고를 따라 최병성 목사의 글 4편 삭제
5월 7일 : 언론인권센터, 참여연대, 진보넷 공동 회의
5월 12일 : 최병성 목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
6월 10일 : 최병성 목사, 미디어다음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덧) 사진 1.
6월 10일 미디어다음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접수하는
최병성 목사와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