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도 공인이기를 원할텐가?
- Posted at 2009/08/08 18:50
- Filed under IT 과학
에피소드 1
동문회처럼 위계 서열이 있는 모임에 나가보면 불참자가 많다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나무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불참자는 야단을 안맞고, 억울하게도 참석한 후배들만 혼난다는 점이다. 그럼 그날 불참한 후배들은 다음 모임에 더 안나가게 된다. 나가봐야 지난 번에 안왔다고 혼나고, 이번 모임에 불참한 이들 대신해서 또 혼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거 큰 모순인데도 여간해선 바로 잡히지 않는 악습이다.
에피소드 2
요즘 트위터 열풍을 다루는 기사들을 보면 대기업CEO, 국회의원,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마치 이런 유명 인사가 트위터를 주도하는 것처럼 쓴 기사들은 꽤 불편하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트위터의 주역 역시 평범한 네티즌들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오마이뉴스의 어느 기자가 유명인들의 트위터 참여 현상을 묻는 전화를 했길래, 기사의 방향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기사 방향이 바뀌진 않았지만 내 의견이 별도의 박스 기사로 올라가 있더라.
에피소드 3
인기 앵커 김주하씨가 트위터 탈퇴를 선언했다가 그 다음날 복귀했다. 다른 이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감정 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 탈퇴 원인이라고 한다. 금방 다시 복귀 했지만 그 과정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김주하씨가 오프라인에서의 유명세 못지 않게 트위터 공간에서도 단단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오늘 쓰려는 이야기의 주 소재는 세 번째 에피소드, 즉 김주하씨의 트위터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김주하씨의 트위터 탈퇴와 복귀를 둘러싼 사람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단 사과 먼저 드려야겠다. 사람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한 마디 하려다보니, 이 글 역시 결과적으로는 그 호들갑스러움에 말 한 마디 더 보태는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순적 상황에 빠지지 않는 길은 침묵과 방관 뿐이리라. 하지만 하고픈 말은 기어코 해야 하는 성미인지라 스스로 모순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쓴다.
잡설이 길었다. 이제 본론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본론 시작하겠다고 해놓고, 대뜸 결론부터 말한다. 오늘 글 참 두서 없다), 나는 김주하씨의 트위터 탈퇴와 복귀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시비거는 이들이 못마땅하다.
김주하씨에게 시비거는 이들의 주 논거는 탈퇴와 복귀라는 일련의 행동이 "공인답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공인이라는 말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첫째, "유명 인기 앵커로서의 공인"이다.
맙소사! 그럼 김주하씨가 트위터에서도 뉴스 앵커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했었단 말인가? 솔직히 그건 아니지 않는가? 만약 김주하씨가 자기 트위터에서 뉴스 앵커처럼 굴었다면 틀림없이 많은 네티즌들이 비판을 제기했을 것이다.
"트위터가 뉴스 앵커석인줄 아세요?", "인터넷 소통방식이랑 방송 뉴스 소통방식도 구별 못하세요?" 이런 글들이 쇄도했을 것이다. 물론 김주하씨가 빠른 시간에 엄청난 팔로우 숫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대중들에게 매우 호감도 높은 공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은 팔로우들이 한순간의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김주하씨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나갔던 비결은 오히려 그녀가 공인답지 않게 진솔하고 친근한 모습을 트위터에서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인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시비라니? 그럼 소통은 일반인처럼 하되, 개설과 탈퇴는 공인처럼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거 너무 이율배반적인 주장 아닌가?
둘째, "5,00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팔로우가 있는 트위터 공인"이다.
이게 꽤나 이색적인 주장이다. 언제부터 팔로우 규모가 트위터 안에서의 공인 자격을 규정하는 요인으로 결정됐는지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그 숫자가 대략 5,000명 안팎이라는 기준은 또 누가 제 멋대로 정했는지 통 모르겠다. 그거 김주하씨가 긁어모은 숫자 아니다.
그냥 네티즌들이 스스로 찾아가 팔로잉한 숫자이다. 그렇게 모여진 숫자 규모 만큼의 책임을 떠안으라 요구하는건 부당하다. 만약 팔로우 규모 큰 사람은 트위터 공인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를 짊어져야 한다면, 몇 만 명의 팔로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은 거의 잘 올리지 않는 김연아 선수는 탄핵대상이겠다?
트위터에 들어오고 나가는거 그냥 본인 뜻대로 하면 되는 일이다. 5,000명에 가까운 팔로우들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아쉽다고 지적하는데, "이 시간 이후 트윗을 접겠습니다"라는 글 하나 올렸으면 그걸로 충분히 배려와 예의 보여준거다.
말없이 글을 끊거나, 계정을 삭제한것도 아닌데 더 많은 배려와 예의를 요구하는거 좀 심하다. 트위터 접었다가 다시 복귀한게 무슨 대단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유명 인사의 트위터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간섭은 위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불편하다고 밝힌 언론의 보도 태도와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트위터를 통해 평소 대화의 기회가 전혀 없던 유명 인사와 직접 소통을 나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다. 최근 일고 있는 트위터 열풍에 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몇몇 유명 인사들의 적극적 참여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 인정한다. 아마도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더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해 보다 많은 소통을 나누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군다나 이런 식의 부담스러운 간섭 따위는 가급적 자제하는게 좋겠다.
첫 번째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먼저 트위터에 참여한 유명 인사들이 이렇게 간섭받고 상처받으면, 아직 트위터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유명 인사들이 겁나서 여기 들어오려고 하겠느냐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들이라면 마케팅이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들어와 말 그대로 "공인다운" 행동과 언어로만 일관하는 그런 건조한 트위터 계정에 계속 팔로잉을 유지하고 싶겠는가 말이다.
당신들이 임의로 정한 규칙과 규범을 다른 이에게 함부로 강요하는 짓, 그런거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