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한 측근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한국 언론에서 이런 표현이 단 하루라도 등장하지 않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될까? '측근', '관계자', '전문가' 등과 같은 단어야말로 언론에서 가장 즐겨쓰는 익명적 표현들이다. 그리고 이런 단어를 사용한 인용 보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첫째, 일반인들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고급 정보를 근거로 나온 보도라는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기사 내용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시킨다. 

둘째, 이런 고급 정보를 흘려준 정보원을 언론이 적극 보호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해당 언론사가 매우 투철히 언론 윤리를 준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측근', '관계자', '전문가' 등의 입을 빌린 것처럼 기사에 표현된 내용들이, 알고보면 실제 익명의 정보원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그 기사를 쓴 기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인 경우가 꽤 많다. 이런 경우라면 그 보도는 언론의 신뢰성과 윤리성이라는 잣대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최악의 보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진짜 익명의 정보원으로부터 나온 말인 경우라면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바로 익명의 네티즌 여론과의 형평성 문제이다. 익명의 '측근', '관계자', '전문가' 입에서 나온 말은 고급 정보이고, 익명의 네티즌이 인터넷에 직접 써 올린 글은 무책임한 의견이라 폄하하는 보도 태도는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 

네티즌들에게 "무책임한 익명성" 운운하며 본인확인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책임성 있음을 자부하는 언론부터 걸핏하면 익명의 측근, 관계자, 전문가 입을 빌리는 그릇된 보도 관행부터 자제해야 할 것이다.


  민경배 | 경희사이버대 교수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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