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PTV를 통해서라도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이 몽땅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는 ‘남자이야기’.
쓰레기만두사건, 석궁사건, 미네르바 사건, 용산사건, 사이코패스(Psychopath) 뿐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가고 있다.
드라마보다 더 엄혹한 현실
바로 지난주 방송이 ‘마징가’라는 이름으로 미네르바의 사건을 극화시킨 내용이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유포를 이유로 체포된 ‘마징가’를 보며 등장인물 중 하나인 미국변호사는 ‘말도 안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쉴새없이 내뱉으며 분노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번도 실정법으로서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던 전기통신망법 47조(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때문에 국민을 구속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일들이 지금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실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엄혹하다.
사이버모욕, 허위사실을 이유로 경찰이나 검찰이 시민을 상대로 직접적인 실력행사(?)를 하기도 하지만 ‘전기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합법적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의해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올린 게시글조차 사라지고 영구삭제되기도 한다.
‘포털’, 표현권 침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
최근 언론인권센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이유로 국내의 한 포털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멘트 제조과정의 유해성을 알리며 공익적 목적 하에 환경문제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활동해 온 한 환경 블로거의 게시물이 블라인드(임시조치) 뿐 아니라 영구히 강제삭제 되는 일이 일어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따른 삭제라고 하지만 삭제를 요청한 측의 주장대로 명예훼손인지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한 상태의 삭제조치라면 국민의 표현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며 자신의 의사표명을 통하여 여론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바, 헌법재판소는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 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그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 기능은 시민사회의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매커니즘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98. 4. 30. 95헌가16).
또한 대법원도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 7. 22. 2002다62494).
정치적이거나 정부를 향한 비판의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의 건강권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환경 블로거의 게시물이 블라인드(임시조치) 처리되고 삭제되는 것은 현행법의 모순이다. ‘임시조치’(‘전기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2항)는 인터넷 상에서의 명예훼손 및 프라이버시권 침해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이를 남용하고 악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인터넷에 대한 규제론자들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의 표현권’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자율기구의 역할에 기대한다
다행히 지난 3월 출범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인터넷상의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는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 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때 명예훼손 사유와 해당 게시물의 URL을 적시해야 하고, 회원사는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자율정책안을 내놓았다. 또한 임시조치에 대한 개정안을 준비하는 등 인터넷 이용자들간의 명예훼손 피해를 최소화하며 시민의 표현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같은 활동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준과 판단으로 인터넷 이용자들간의 명예훼손여부와 임시조치 및 삭제조치를 하겠다는 사업자들의 의지라고 보여진다. 다만, 자율정책기구의 역할은 보다 더 이용자의 입장에서 피해구제뿐 아니라 ‘시민권’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규제분위기에서 자율적인 성장과 대안들을 마련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인권센터가 주관하여 진행하고 있는 포털과 방송통신심의위를 대상으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또한 ‘임시조치’ 등 현행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다 현실적인 대안마련을 위해 정부와 사업자와 시민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덧글) 이 글은 네이버 서비스 자문위원회 칼럼(6.15)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