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제도 변경 방향은?
- Posted at 2009/07/02 13:51
- Filed under 시사
최동규
1. 민주당의 고민
1) 열린우리당과 다른 공천시스템
민주당은 정당 공천 문제로 고민중이다.
현재의 민주당 공천 시스템은 열린우리당과 다르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상향식 공천이 대세였다. 지역구 국회의원 마음대로 공천을 행사하지 못했다. 당협위원장 등 각종 후보를 경선으로 뽑았다. 경선이 일상이었다.
선거권이 기간당원에게 있으므로 후보자 마다 경쟁적으로 당원 가입을 시켰다. 당비 대납도 진행되었다. 정당개혁이라고 시작한 기간당원제, 경선제가 오히려 정치 퇴행의 원인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 실망한 많은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을 만들면서 열린우리당의 제도를 없앴다. 제왕적 지역위원장을 없애려던 열린우리당의 노력이 정당을 지리멸렬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지역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했다. 이제 지역위원장은 대의원 구성에서 독보적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당 운영에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당 지도부도 과거에 비해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다.
2) 두가지 고민의 지점
민주당에서 고민하는 지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지역위원장을 경선 없이 선정하고, 그 지역위원장에게 권한을 독점적으로 주는 것이 맞느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힘센 사람 한 명의 권한을 강화해서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식은 대체로 틀린 방식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보고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다. 민주주의 제도 운영의 핵심 가치이다. 따라서 한 명에게 권한을 집중하기 보다는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모든 민주정당에게 현명한 처사이다.
다른 하나는 시도당에서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권한을 상당부분 갖고 있는데, 이것을 중앙당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제기되는 이유는 시도당 전횡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앙당 지도부 권력을 강화하고 싶어서이다.
시도당의 전횡은 문제이고 중앙당 전횡은 없다는 생각은 주관적이다. 시도당은 권력자가 소수이고 보는 눈이 적어서 전횡이 더 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당에서 권한을 행사한다고 보다 민주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없다.
2. 열린우리당의 실험
더 많은 사람에게 권력을 나누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면, 열린우리당 실패의 원인은?
1) 제왕적 총재, 제왕적 지구당 위원장을 막으려는 시도
열린우리당 시절 당 개혁의 핵심은 제왕적 총재, 제왕적 지구당 위원장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집단지도체제성 지도부를 구성하는 당규를 만들었다. 지구당 위원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 당협위원장을 경선하는 것부터 경쟁과 견제를 강화했다.
기대하던 대로 결과가 나타났다. 절대적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없어졌다.
작은 지역 단위까지 경쟁이 체질화되었다. 아울러 경선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파간 조직전쟁이 심화되었다. 비주류가 산발적인 형태로 약간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다. 지역에서의 경쟁구도는 중앙당의 각 정파그룹과 연계되어 전국적 차원에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몰고갔다.
조직의 안정성만 떨어졌지, 민주적 당 운영이 보장된 것도 아니었다. 당 의장의 권한은 약해졌지만, 사람 심는 작업 등 과거의 양태는 근절되지 않았다.
‘면도칼로 회 떠먹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열악한 조건에서도 할 일 다한다는 뜻이다. 조직의 지도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견제가 많아도 고수들은 자기 뜻 대로 조직을 이끈다. 사회권 등 당 대표가 가진 고유권한을 100% 활용하면 가능하다.
상향식으로 조직 운영을 하려했던 열린우리당 당규 때문에 당 지도부의 힘이 약했고, 잦은 교체의 원인이었다는 지적은 일면적이다. 지도부는 약화된 위상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 자기 욕심 챙길 정도의 힘은 있었고, 그 힘을 대부분의 경우 사용했다.
지도부가 허약했던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두가지이다.
하나는 정치적 과제 해결에 대한 사명감 부족이다. 국가보안법, 한미FTA, 부동산법 등 주요사안 마다 열린우리당은 당론을 결정하지 못했다. 한나라당과 싸우기는 커녕 자기 스스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쟁점은 당에서도 쟁점이었다. 한발도 진전하지 못했다.
지도부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결론을 내리고 가열차게 투쟁해나갈 자신감과 집중력이 없었던 것이다. 쟁점 앞에 서면 지도부는 작아졌다. 결정에 따를 책임을 회피했다. 당론을 모아가는 치열한 과정을 밟기 보다는 우왕좌왕 휩쓸렸다.
사람을 챙기는 데에만 단안을 내릴 뿐, 쟁점에서는 단안을 내리지 못하는 지도부는 아무리 당규상 권한을 보장해주어도 안정된 권위를 가질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처해있는 단계의 문제이다. 당규상 권한을 보장했다고 지도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리의 권한이 클수록 그 자리를 둘러싼 경쟁만 치열해진다. 안정감을 주려던 계획이 오히려 경쟁을 강화하는 결과를 빚는다.
대개의 경우 권위는 힘에서 온다. 대표라서 파워가 있는게 아니라, 저 사람과 친하지 않으면 불리해지기 때문에 정치적 파워가 생기는 것이다. 박근혜가 대표 자리에 있어서 지도자인 것이 아니라, 파워가 있어서 지도자인 것이다.
이것을 제도로 해결하려고 하면 잘못된 처방이고 끝도 없는 처방이다. 아무리 많은 제도를 갖다 붙여도 점점 꼬여만 간다.
따라서 조직의 안정감이 없었던 이유를 상향식 당 운영에서 찾는 진단은 잘못된 진단이다.
민주당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숙명적 과정이다. 무릇 세상만사에는 과정이 있고, 단계가 있다.
과거에 지도자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처음부터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정치인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박정희 정권과 사투를 벌이면서 쌓여진 권위요, 힘이다. 노무현 전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절 지역장벽에 대한 정면돌파 끝에 권위가 형성된 것이다. 그 두 분이 처음부터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이다. 인물이 없어서 민주당 지도부가 취약한 것이지, 당규의 권한이 약해서 그렇다는 진단은 앞뒤가 바뀐 사고이다. 당규상 권한을 많이 준다고 지도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지도자는 언제 어떻게 나오는가? 시간과 깃발이 필요하다. 대중에게 각인되는 신화적 과정이 필요하다. 그 일은 정치인의 몫이다. 시대정신 구현을 위해 온몸을 던져 돌진하는 정치인만이 지도자적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2) 당원 확보의 본래적 의미
기간당원제 추진자들은 제왕적 지구당 위원장을 없애려면 당원에게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고 보았다. 선거 때만 동원되는 당원은 정당의 민주성 강화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정기간 당비를 납부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기간당원을 당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하려고 노력했다. 기간당원이 얻게 되는 권리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핵심은 당 후보 선출권이었다.
기간당원제는 열린우리당 시절 핵심적 논쟁꺼리였다. 다선 국회의원,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은 돈 내는 당원제는 비현실적이라고 보았다. 당원의 폭을 좁히는 처사라고 보았다.
기간당원제의 요건을 엄격하게 하자고 주장하면 개혁파, 낮추자고 주장하면 수구파. 이런 식의 구분 아래 논쟁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논쟁이 지나치게 진행되면서 열린우리당의 비극도 커졌다.
정당의 목적은 당원 확보에 있지 않다. 당원은 당이 가고자 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조건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에서는 당원의 가입절차와 자격조건, 권한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적인 논쟁꺼리가 되었다.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는 뒷전이고 당원의 자격을 둘러싼 대립에 당력이 소모된 것이다.
3) 당심과 민심의 근접 노력이 중요
당원의 권리를 해칠 것 같은 제도는 환영받지 못했다. 공천 시점의 유권자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모든 정당의 선거 후보자는 당심만 대변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당심도 중요하지만, 민심을 반영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민의를 대변하는 기능이 완벽한 정당 조차 당심과 민심의 불일치가 존재하는데, 지역정당적 요소가 강한 한국적 현실에서는 더더욱 당심과 민심을 가깝게 하려는 제도적 장치 보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보완적 기능이 있는 유권자 여론조사가 열린우리당 시절 기간당원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냉대 당한 것은 그 시절 기간당원제 주장이 원칙을 이탈한 지나친 주장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3. 실패로부터의 교훈은?
1) 지도부의 권한 제한
당규를 통한 권한 강화는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긴장과 갈등만 심화시킨다.
특정인 혹은 특정세력에게 권한을 집중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 권한은 많은 사람에게 개방적이어야 한다. 당원에게 주어지는 권한도 상당부분 일반 국민에게 돌려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로부터 벗어나겠다고 새로 변경한 많은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 당 대표, 시도당, 지역위원장에 주어진 권한은 보다 낮은 단위, 넓은 사람에게 되돌려져야 한다.
2) 당원 문제로 모든 것을 풀려고 하면 안된다
많은 사람이 당원으로 가입하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해가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당원 가입은 한계가 존재한다. 지역당적 요소가 강한 한국의 정당에서는 당원 가입이 특정 지역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당 발전을 오로지 당원 가입을 통해서 해결해보려는 노력은 근시안적이다. 당원 가입도 신경 쓰지만, 민심과 근접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핵심적이다. 당원의 문턱을 낮추고, 권한을 국민에게 돌리고, 유권자 여론조사 등을 보강해야 한다.
3) 가치의 정치
제일 중요한 문제는 가치, 깃발의 문제이다. 시대정신 구현을 위해 혼이 담긴 정치를 하는 정치인의 존재 여부가 재집권의 절대 조건이다. (기성 정당의 지도부로 오래 앉아있으면 국민적 지도자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 한국 정치가 처한 비극적 현실이다)
- 바실리카, 정당공천제, 최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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