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새해 들어 아마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 나름 한두 번 화제에 올려놓지 않은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절망의 이름이든, 희망의 이름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1년이 남긴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남은 4년에 일어날 일은 무엇일까? 냉정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명박 정부 1년에 보여준 전반적인 정책기조는 무엇이었던가?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이 경제 올인 정책이 될 것이다. 태생적으로도 현 정권은 천박한 시장주의와 경제지상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었던 데다가 미국의 금융위기 발 신자유주의 위기 속에 국내 위기가 증폭되면서 더욱 더 경제에 올인 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어렵게 쌓아온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담론은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실종상태이다.


둘째, 부유계층 위주의 정책이라는 점이다. 부유계층에 대한 감세 및 종부세 환급 등의 추진을 주도하였고, 이는 좋게 보면 적하효과(滴下効果, trickling-down effect)를 노린다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위 서울 강남으로 대변되는 상위계층을 확고한 지지기반으로 하면서 이들의 여론선도 기능을 통해 몰 계급적 서민의식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구시대적 정책 패러다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Lee-Man Brothers‘로 상징되는 정책 핵심층의 사고가 물적 투자에 기초하는 이른바 ’토건국가시대‘의 발상에 그치고 있다. 대운하, 녹색성장 등에서 전형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의 인적투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실종되어있다.


넷째, 천박한 보수의 이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전체를 ‘비민주’ 나아가 ‘반민주’의 사회로 급속히 퇴행시키면서, 경제와 사회의 창발성과 자율성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남북관계를 통한 경제사회적 돌파구조차 스스로 봉쇄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로부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승효과라는 20세기 후반 선진국의 기본 덕목조차 상실됨으로써 민주주의의 퇴보는 그나마 한국 자본주의의 성과까지도 반드시 허물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1년의 복지정책 성적표는 어떠한가?

첫째, 아무 근거나 내용도 없는 ‘능동적 복지’가 횡행한 1년이었다. 애초에 능동적 복지라는 정체불명의 개념으로 모호한 출발을 시작하였으나, 1년이 가까운 지금, 능동적 복지라는 용어조차도 폐기된 듯 잘 쓰이지 않고 있다. 복지정책에 대한 정권 차원의 의지나 비전, 철학이 없는 가운데, 복지정책의 실질적 기조를 읽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굳이 이들의 복지정책에 대한 특징을 기존의 개념으로 사후적인 규정을 내려본다면 ‘enabling welfare state'라고 분류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복지정책 상의 특징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핵심의 하나는 민간의 재원 동원이며 또 하나는 경쟁과 효율 위주의 민간전달체계 활용을 특징으로 하는 복지국가 정책이다. 즉, 국가와 공공성의 개념이 지극히 약화된 것이다.


셋째, 전(前)정권의 복지정책에서 신자유주의적 요소는 적극 전승하면서도 복지 강화적 요소는 배제한 1년이다. 참여정부가 의료민영화, 바우처제도, 구매계약제 등의 기초를 깔았더니. 현 정부는 이를 더욱 왕성하게 활용하고 있다. 공공보육이나 복지재정의 확대는 아예 거부하고 있으며, 이전의 정부에서 어느 정도 형성된 아동수당, 보험 사각지대의 해소, 자영자 소득파악 등에 대한 정책 공감대는 자취를 감추었다.


넷째, 복지정책의 사령탑이 부재하다. 이전의 정권에서는 정책콘텐츠를 갖고 관료들을 견제하며 정권의 핵심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일부 정책의 주도력을 지닌 일군의 진보적 학자군과 시민사회 리더들이 있었으나 현 정권하에서는 어떤 복지인사나 복지세력의 영향력도 직접적으로 행사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청와대와 복지부에는 온통 기회주의적이거나 관성적인 행정력만을 보이는 관료들 판이며, 집권 여당 내에도 복지정책가는 전무한 상태이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조차도 현재 장관으로서의 대대적인 복지확충을 위한 의욕적인 업무 추진을 포기하고, 대신 큰 과오 없이 떠날 채비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올해 본격화될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복지정책 차원의 대응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DJ 정부 때 비록 사후적이지만 대담한 실업정책과 공공부조정책을 감행했던 것에 비해, 현 정부는 경제위기에서 민생을 지탱하는 정책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차후 사회적 혼란과 민심의 급격한 이반에 대한 또 하나의 뇌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째, 일상적인 복지정책에서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개선 의지가 없다는 점, 아동과 청소년 통합정책에서의 갈팡질팡 행보, 국민연금기금 투자 및 지배구조 개선의 미온, 복지계의 임금이나 노동조건 개선 의지 부재와 어설픈 전달체계 개편 등이 그것이다. 보수적인 사회복지 현장에서 조차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종사자인력들의 민심 이반이 초래될 지경이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2009년에도 기존의 복지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다. 국가 역할의 강화보다는 민간에 대한 부담 전가, 복지재정 확대보다는 복지재정 내의 효율화, 공공성보다는 경쟁과 효율, 보편주의보다는 잔여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로부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사회양극화 확대로 인해 생계형 자살, 가족해체, 실직자의 비참한 생활상, 중산층의 몰락 등 다양한 사회적 위기상은 속출할 것이다. 아마도 보수진영에서 조차 사회양극화에 대해 온정적 정책을 촉구하는 의견이 등장할 만큼 말이다.


이로써 향후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멕시코류의 양극화사회, 미국류의 SICKO 사회, 남미류의 족벌사회 정도의 사회상을 향해 달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시행 1주년을 맞이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파행으로부터, 처절하게 신념을 고집하는 제주도지사가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료민영화 시도로부터, 복지재정의 축소로 인한 제반 사업의 상대적 축소로부터, 바우처제도나 서비스구매계약제 도입 등을 통해 민간영리까지 복지영역에 또아리를 틀게 되는 정책추진으로부터 민심의 동요나 불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으로는 올해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될 경제위기로부터 민생의 기반이 무너지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능력이 신뢰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복지 친화적 진보진영과 정부 사이에 누가 국민으로부터 희망을 발견하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의 미래도 바로 여기에 집중되어있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가? 자성적 질문을 냉정히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이념보다는 구체적 현실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절실히 느껴 오지 않았던가?

  심화될 경제위기로부터 민생의 기반이 무너지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능력이 신뢰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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