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 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


폭풍전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어디 있소?

1. 
권위주의가 부활된 이명박 정권에서 ‘치하’라는 말도 부활했다. 
‘대통령 치하’에서 꼼짝달싹 못한다.

정부부처는 말할 것도 없다. 국장들에게 일괄사표까지 받는 분위기이니 오죽하랴.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이 유행하지만, ‘목줄’로 땡겨대는 데 배겨낼 자 있겠는가? 청와대가 하물며 감사원조차도 휘어잡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휘어잡겠다는데, 정부 인사들의 헌재 접촉도 문제없다는데 도대체 어찌 버티겠는가?

정부부처가 이럴진대 각종 기관들, 정부부처 소속 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은 어련하겠는가? 목 잘린 장들이 수두룩하고, 쉴 새 없이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구조조정 위협을 받는데, 어찌 그저 ‘대통령 뜻’에 맞추려 들지 않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채찍을 휘두르는 ‘연말 업무보고’의 내용을 보면 그저 ‘이명박 표 정책사업’들이 대다수이고, 이른바 ‘MB개혁악법’ 통과 분위기를 잡기 위한 민심잡기 방안들이 쏟아진다. 예산 확보도 없이 저소득층 지원이며 일자리 창출이며 ‘예술 뉴딜’이며 ‘문화가 흐르는 4대 강 정비’ 등 등... 그저 대통령 비위를 맞추는 시책 투성이다. (대통령 취임식의 대통령 선서가 언제였던가? 선서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상황 인식이 왜 자꾸 뒤로 가는가? )

왜 안 그렇겠는가. 대통령이 ‘속도전이다, 선제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선진화해야 한다예산 빨리 풀어라, 토목사업이지만 토목이면 안 된다...’라는 말을 쏟아내는데...

2. 
‘대통령 치하’에서 ‘떡’은 만사형통이다. 
‘자리’와 ‘사업-돈-예산’이라는 떡으로 주무르고 또 주물린다. 떡을 기대하고, 떡 땜에 소신을 바꾸며, 떡 챙기려는 충성이 가득 찬 분위기다.

그나마 유일하게 자유스러울 수 있는 위치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다. 워낙 줄서기가 ‘유전자화’한 한나라당이어서 계파, 공천권에 예민하기는 하지만, 국회의원직은 아직 3년 여 이상 남아있다. 그 뿐 아니라 대통령은 단임이지만 정치인들은 계속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게다가 대통령 지지율도 신통찮을뿐더러 정책과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지지율도 시원찮으니, 한나라당은 제대로 원인 분석과 실천 방식을 고민할 수 있는 무한 자유와 무한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MB악법 일괄통과’에 찍소리조차 안 내고 있다. 대망을 품은 국회의원이든, 경험 쌓은 다선 의원들이건, 새로운 에너지로 들어온 초선 의원이든 간에, 어쩌면 이렇게 소심한가. 사석에서 ‘이러면 역풍 분다, 속도 조절해야 한다, 제대로 법안 심의해야 한다’ 등의 말을 내고 있지만 언론에서 단신으로조차 처리되지 않을 정도로 소심하다. 
무소신 때문인가, 행동 소심증 때문인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3. 
하기는 역설적으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무소신과 소심증이 너무 잘 이해가 된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는 ‘제 손으로, 제 힘으로, 목숨 걸고’ 뭐 해 본 사람들이 별로 없다. 노동을 직접 해봤나, 몇날 며칠 밤을 새워봤나, 민주 투사가 되어봤나, 화염병을 맞아봤나, 소화전을 맞아봤나, 열심히 글을 써봤나, 양심선언을 해봤나, 진정한 대승적 마음으로 국익에 봉사해봤나?

게다가 궂은일은 남 시키기 일쑤다. 그렇게 자라왔고 그렇게
 살아왔다. 학교 공부는 잘해서 자격증 잘 따고, 권력 기관 근무연수 잘 채우고, 연줄 타고 고용 경영인을 해왔거나, 오랜 대학 교수로 엘리트 대접을 받아왔거나, 거대 언론에서 그들만의 경쟁력을 키워온 사람들이 거개 다수다.

이권 나눠주고, 이권 지켜주고, 호텔에서 밥 먹고, 사진 찍고 찍히고, 확보된 쪽수에 안심하고, 기득권에 기대고, 권력 카르텔의 비호를 받고, 비호언론의 옹호와 띄움을 받고, 검찰 권력에 선대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위치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만사형통 이상득 의원의 그룹들이야 워낙 올드보이 카르텔에 익숙할 것이니 그저 접어두련다.(비슷하게 최시중 방송위원장이나 강만수 재경부 장관도 아예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니.)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홍준표 원내대표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것을 보면(방송장악 법이 경제 법안이라고 하고, 이제 85개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등...) 같이 처참해진다. 요새 자신이 나오는 뉴스를 직접 보는지 모르겠다. 얼굴 형상 자체가 바뀌고 있음이 안 보이나? 

언론 악법통과에 뒤늦게 앞장선 정병국 의원, 나경원 의원은 '언론독과점'을 걱정하고 '신문사의 방송진출은 언론 독과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던 말을 뒤집고, 안면몰수하고 소신을 바꾸 지금, 과연 토론회와 뉴스에서 자신의 얼굴이 지금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고 있나? 매끄러운 외모 속에 마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처럼 욕심이 드러나는 추한 상으로 바뀌고 있는지 모니터 하고나 있나? 얼굴이 그 사람의 속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4. 
고상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은 과연 어떻게 하려나? 
85개 법안을 직권상정해 달라는 한나라당의 요청을 모른 척 받아들이려나? 정말 제대로 심의조차 못한 법안들, 한나라당 상임위 위원들조차 제대로 모르는 법안들, 이명박 정부의 청부에 의해 밀실에서 몇몇 측근 국회의원들이 정부와 짝짜쿵 만든 법안들을 직권상정하려나? 오늘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씀을 하려나?

한 가지 사실만큼은 예측 가능하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절대로 궂은 일은 자신의 몸과 손으로 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전쟁은 선포했지만 전투에는 나가지 않으려 들 것이다.
경호법을 발동하든 당신들 보좌진을 앞세우든, ‘권력에, 권력이 할 수 있는 행동’에 기댈 것이다.  

5. 
폭풍전야, 한나라당에 정말 의식 있는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없나? 
정말 그렇게 85개의 법안이 지금 시점에 강행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말 국정원법, 사이버모욕죄법, 복면법, 방송법, 통신법, 금산완화법 등이 우리 사회가 어렵사리 쌓아온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국민의 인권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나? 이명박의, 이명박에 의한, 이명박을 위한 법안들이 과연 이 시대에 맞다고 생각하나? 과연 작금의 경제위기를 심화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여, 정신 차리라! 
‘대통령 치하’ 국회의원들이라는 오명을 기어이 쓰고야 말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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