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당신을 '왕따'로 만든다면?
- Posted at 2008/12/22 15:12
- Filed under IT 과학
강장묵 |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조용한 기술&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풍성해지는 이유
지금, 대학은 기말고사 기간이다.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 '공정하고 정직한 평가'를 하고 있는가란 담담한 반문을 스스로에게 한 후, 정성을 모아 예배를 드리는 심정으로 채점을 한다.
채점을 하다보면, 명석한 학생인데 자주 범하는 실수를 발견한다. 눈 높이를 교수의 수준에 맞추어 '과정이 생략된 결과'나 ' 영어와 현학적 표현'에만 치중한 것이다. 이런 글을 대하느니 차라리 '갈겨써서 알아보기 힘든 답안지'가 낮다. 왜 그럴까?
'쉽게 글을 써도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잘 쓴 글은 쉬워야 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쉽게 써진 글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
왜 그럴까?
읽는 사람의 배려가 전혀 없는 자기 중심적인 글쓰기는 무례하기만 하다. 어딘가 영어가 잔득 들어가야 멋이나고 미국서 유행하는 말이나 앵무새처럼 옮기는 것이 배운 사람의 전형이라면, 구글의 툴바를 설치하는 편이 낮다. '내용없는 현학적 자세', '독창성보다 영어보고 베끼기'는 '팝업 차단기'로 가두어두고 싶다.
이런 실수는 글을 쓰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연약한 인격으로 살다보면,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로 자기과신을 풀어내는 유혹에 넘어지기 일쑤다.
웹 사이트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 한 때, 플래쉬(flash, 동영상을 보듯이 웹 사이트를 재미나게 만들 수 있는 개발도구)가 큰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특정 사이트는 방문을 하면, 도저히 빠져나오는 출구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런 사이트도 있었다. 486컴퓨터에서 접속하면 컴퓨터를 멈추어버리게 하는 사이트, 현란한 기술 구현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용자들의 컴퓨터 사양, 브라우저 종류, 운영 체제를 배려하지 않은 사이트들이 대표적이다.
쇼크웨이브(www.shockwave.com) 사이트는 플래쉬로 쉬우면서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서 무료로 경험할 기회를 준다. 이런 작은 용량의 게임은 모바일 기기에 활용하기 좋다.
기술자들이 현란한 기술의 유혹에 넘어가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고, 컴퓨터가 자기들만의 소통에 집중한 나머지 당신을 '왕따'로 만든다면, 기분이 어떨까?
기계나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이다.
휴대폰에 사용자 매뉴얼이 없어도 되고, 비행기를 조정하는데 어려운 시험을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도록 기계와 기술이 더 분주해지고 사람이 편해지자는 취지이다.
이런 기술을 고요한 기술, 조용한 기술(calm technology)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코 고요하지 않다. 고요해보일 뿐이다.
기계는 기계들끼리 지금보다 더 분주해진다. 마치 우아하게 백조가 물 위에 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물갈퀴가 오도방정을 떨고 있는 것처럼.
이젠, 답안지도 학술적인 책과 논문에서도 수면 아래 오도방정을 떨지언정, 친절하게 독자에게 다가오는 글이 많아지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도 '그럴듯해보이는 인용구에 현혹'되기 보단 글쓴이의 독창적인 사고를 뚫어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세계일보 '08.12.19)
강장묵 mookn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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