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은 혹시 스팸?

 

스팸어랏(Spamalot)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스팸”은 통조림 깡통에 든 소시지다. “스팸(Spam)+어랏(Alot)”은 그런 까닭에, “많다”는 뜻의 “어랏”이 붙어, “스팸이 왕창 있다”, 뭐 그런 뜻 되겠다.  그런데 사실 이 단어는 영어에 없다.  원탁의 기사 이야기로 유명한 아더 왕의 이상적인 성채 “캐머럿(Camelot)”을 패러디한 브로드웨이 뮤지칼의 이름이 다름 아닌 <스팸어랏(Spamalot)>이다. 


지난 번 뉴욕에 가서 느꼈던 것은, 이제 브로드웨이는 어른들도 환호성을 낼 마술적 연출과 대사의 기발한 유쾌함, 그리고 오늘의 현실을 흥미롭게 돌아볼 수 있는 구성을 그 안에 담으려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로드웨이가 지난 몇 년 영화의 기세에 눌려 한동안 침체를 면치 못하다가 이런 방식으로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문화계가 새삼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금의 영국 브리타니아를 통일한 아더 왕은 그의 인생 최종 목적을, 나사렛 예수가 성찬을 베풀 때 썼던 “성배(Holy Grail)”를 찾는 것으로 계시 받게 된다.  그런데 뮤지컬 <스팸어랏>은 이러한 고전적 주제를 그대로 살리면서,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오늘의 성배는 과연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뮤지컬 스팸어랏

뮤지컬 스팸어랏 (출처:한국i닷컴)


길을 가로막는 난관은 도처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어디 다른 곳에서 찾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라, 로 압축된다.  그건 마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를 찾아 나선 찌루찌루 미치루의 <파랑새> 주제와 닮았다.  <스팸어랏>은 이걸 시종, 웃음과 반전과 마술적 장치로 흥겹게 펼쳐낸다. 


맨해턴 브로드웨이 44가의 극장 문을 나서니 겨울바람이 매섭게 온 몸을 파고든다. 그러나 마음은 춥지 않았다.  “스팸”, 그러니까 통조림 속에 든 인생처럼 이미 정해진 틀 속에 살아가던 이들이, 아무리 많은 스팸이 있어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모험에 나선 무대가 생동감을 준 탓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이토록 찾아 나서려는 “성배”는 과연 무엇일까?  아니, 이런 시절에 성배를 찾아 나서려는 이들이 있기는 한 것일까? 다른 한편, 경제성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여기는 똑 같은 내용물이 들어 있는 “스팸”이 많으면 우리가 행복해질까? 특히 교육은 “스팸어랏”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뮤지컬 <스팸어랏>은, 혹시 우리 자신도 스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심각하면서도 쾌활하게 묻고 있었다.

* 메트로 서울에 1월 22일에 동시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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