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직 두 대통령의 국민 소통법



민경배|경희사이버대 교수


전 현직 두 대통령이 미디어를 통한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국가의 큰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들과 직접 소통을 나누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 현직 두 대통령의 스타일만큼이나 국민 소통법에서도 꽤나 큰 차이가 엿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택한 미디어는 역시 인터넷이다. 지난 9월 18일 ‘민주주의 2.0’이란 토론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미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이트에 방문해 각종 사회 이슈들에 대한 의견과 토론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도 ‘노공이산’(盧公移山)이란 필명으로 직접 게시글과 댓글을 올리며 열심히 활동 중이다. 때로는 네티즌 논객과 한판 논쟁을 펼치기고 하고, 또 때로는 정치권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흥행성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 이후 계속 제기되어 왔던 정부의 대국민 소통 문제를 라디오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양이다. 최근 청와대가 월 1~2회, 15분 정도 분량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현안에 대한 정책 설명을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시도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노변담화’(爐邊談話 · Fireside chat)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노변담화라는 단어에 담긴 뜻 그대로 공식적이고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난롯가에서 친지들과 정담을 나누듯 보다 편안하게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는 프로그램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택한 인터넷과 이명박 현 대통령이 택한 라디오는 꽤나 대조적인 미디어이다. 세계적인 미디어 학자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메시지의 충실도는 높지만 수용자의 참여도는 낮은 미디어를 ‘핫(Hot) 미디어’, 반대로 메시지의 충실도는 낮지만 수용자의 참여도가 높은 미디어를 ‘쿨(Cool) 미디어’라고 명명했다. 맥루한의 방식을 따른다면 라디오는 핫 미디어, 인터넷은 쿨 미디어에 가깝다. 일방향적 정보제공에 강조점을 둔다면 핫 미디어인 라디오가, 그리고 쌍방향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면 쿨 미디어인 인터넷이 더 적합한 미디어라 하겠다.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인 1930년대 미국에서야 라디오가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대중매체이자 뉴미디어였으니 노변담화 같은 프로그램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인터넷 최강국을 자랑하는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 채널로 하필 핫 미디어인 라디오를 택한 것은 얼핏 뜬금없어 보인다. 더욱이 청와대의 노변담화 구상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상시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대통령 지시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라디오가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는 미디어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몇 차례 인터넷을 통한 대국민 소통을 시도했다가 호된 곤혹을 치러야 했다. 지난 5월에는 청와대 블로그에 ‘만문만답’이란 이벤트를 열어 소고기 협상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하겠다며 호언장담 했다가, 쇄도하는 질문 공세를 감당하지 못해 두 손을 들어버렸다. 


또 ‘대통령과의 대화’ TV 프로그램을 앞두고는 KBS 홈페이지에 마련한 질문 게시판에 정부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서둘러 게시판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국민 소통 채널로 라디오를 택한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여기에 그동안 몇 차례 발언을 통해서 드러냈던 이명박 대통령의 네티즌 여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인터넷을 통한 대국민 소통은 이제 아예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성공적인 대국민 소통을 위해 어떤 미디어 채널을 선택하는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바로 소통에 대한 올바른 자세이다.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국민들의 메시지를 먼저 들으려는 자세, 그리고 쓴 소리조차도 기꺼이 달게 들으려는 겸허한 자세 말이다. 이것이 없다면 노변담화 역시 결국엔 부질없는 정책 홍보 이벤트에 그칠 뿐이다. (디지털타임즈, 2008. 10. 2)


사이버스페이스의 사회운동
카테고리 사회/정치/법
지은이 민경배 (한국학술정보,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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