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배|경희사이버대 교수

기발한 댓글 쏟아져 나온 "댓글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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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화재와 신기록들을 낳은 베이징 올림픽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 기간 동안 경기장 못지않게 뜨거운 열기로 달아 오른 곳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 공간이다. 네티즌들은 TV 중계로 경기를 관람하는 시청자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보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올림픽을 즐겼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역시 댓글이다. ‘댓글 올림픽’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기발한 댓글들이 인터넷 공간에 쏟아져 나와 올림픽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축구장 물 채워라, 박태환 연습하게”, “야구에 승부치기면 복싱은 선빵치기” 같이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넘친 댓글은 시리즈물이 만들어질 정도로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요즘은 TV가 아닌 인터넷으로 중계방송을 보는 네티즌도 많다보니 경기 진행 중에도 시시각각으로 댓글들이 올라오면서 사실상 ‘댓글 중계’가 진행되는 양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올림픽 댓글 문화는 외국 네티즌의 반응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면 인터넷 공간에는 어김없이 외국 네티즌들의 댓글을 번역한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남들의 시선과 평판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잘 드러난 현상인데, 네티즌들은 우리와 한 발짝 떨어진 외국인들의 생각을 접해보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고질적인 악성 댓글도 올림픽에서는 기승을 부리지 않아


고질적인 악성 댓글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별로 기승을 부리지 못했다. 금메달 지상주의, 과도한 국가 우월주의에 빠져 패배한 선수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던 예전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패자를 향해서도 비난과 질타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댓글들이 훨씬 많았다. 물론 악성 댓글을 올리는 네티즌은 여전히 어느 게시판이던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일부 네티즌들은 오히려 다른 다수 네티즌들의 질책과 견제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네티즌 자율정화의 기제가 올림픽 기간 중에는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올림픽 경기 장면은 UCC 제작에도 풍성한 소재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재미있는 장면만을 따로 모아 편집하거나, 감동적인 모습들을 엮어 미니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동영상 UCC들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UCC를 제작하는 네티즌들의 순발력도 대단했다. 일부 중계방송 해설이 전문적 분석 없이 흥분해서 소리만 지르고 방송에 부적합한 막말도 서슴치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바로 다음날 그런 장면들만 묶어 리믹스 음악과 함께 편집한 동영상 UCC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프로페셔널급 네티즌 해설자 등장


반면 이런 부적절한 방송 해설자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프로페셔널급 네티즌 해설자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아프리카 TV를 통해 올림픽 경기 개인 중계방송을 진행하는 네티즌 중에는 풍부한 전문 지식과 치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해설 능력을 과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또한 경기결과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들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블로거들 중에도 스포츠 전문 기자를 능가하는 심층 깊은 기사로 네티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 실력자들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어 전문가와 일반인,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곳곳에서 깨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스포츠 해설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나타났다.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뿐 아니라 네티즌 문화 수준의 향상도 동시에 확인시켜 주었다. 네티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능동적으로 올림픽에 참여하고 건강하게 올림픽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 올림픽 성화는 꺼졌다. 하지만 이런 네티즌 문화가 올림픽 기간에만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네티즌들이 올림픽을 즐겼던 그 방식처럼만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즐긴다면 요즘 잇달아 터져 나오는 인터넷 규제정책 따위는 설 자리를 잃을 테니까 말이다. (디지털타임즈, 2008. 8. 25)

 

"네티즌들이 올림픽을 즐겼던 그 방식처럼만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즐긴다면 요즘 잇달아 터져 나오는 인터넷 규제정책 따위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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