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란 / 데모스미디어 대표



터널은 순간적으로 사람을 상념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매력이 있다.

아마 대부분 경험하는 것이리라. 버스나 기차여행을 떠났을 때 터널을 지나는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어린 시절의 추억,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 이루지 못한 옛 친구와의 약속  


터널은 일상 속에 묻혀진 기억들을 순식간에 이끌어내어 풀어주는 것이다. 마치 다정한 여행객처럼.

최근에 지역마다 용도 변경 등으로 버려지거나 잊혀졌던 터널을 이용한 여행지들이 많이 생겼다. 쌀저장고나 드라마촬영지, 와인바 등 갖가지 테마로 개발되어 운영 중인데 터널을 소재로 한 여행지들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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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으로 유명한 충청북도 충주에도 최근 버려진 터널을 활용한 묵은지 와인터널이 생겨났다. 이름 그대로 와인과 묵은 김치를 테마로 개발한 곳이다.
옛 기차노선이 변경되면서 버려졌던 터널인데 주변에 비해 낮은 곳에 위치해서 아늑하고 정감있다.


터널입구의 작은 텐트들이 동심의 나라에 온 듯한 가벼운 흥분을 안겨주고 어둑한 터널 속에 들어서면 향기로운 와인내음이 반겨준다.
터널내벽은 갖가지 종류의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어 와인매니아라면 자신의 와인지식을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국내산으로는 특히 최고급 영동포도로 만든 샤토마니도 즐길 수 있다. 국산포도주의 진가를 가늠할 수 있겠다.


와인터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시음. 경쾌한 음악과 함께 즐기는 와인시음이 작은 파티에 온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세련된 클럽파티가 아니더라도 초면의 여행객들과 맞부딪치는 와인 한잔에서도 충분히 삶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듯 하다.
한잔의 와인만으로도 서로의 이웃과 친구가 될 수 있다니. 이게 바로 터널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터널 안쪽은 숙성된 묵은지 저장통들이 늘어서 있다.

묵은지야 말로 세계적인 슬로푸드의 왕자 아닐 까 싶다. 김치만으로도 뛰어난 영양소와 전통의(?) 제조술로 인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슬로푸드이지만 오랜기간 일정온도에서 숙성시켜 먹는 묵은지는 글자 그대로 슬로푸드이다.


오랜 정성과 인내 끝에서야 맛보게 되는 깊고 오묘한 묵은지의 맛. 묵은지는 단순히 김치이상의 음식철학을 담고 있다.
충주의 묵은지 와인터널에서 와인과 함께 먹는 묵은지 한 쪽. 그러고 보니 동서양의 대표적 슬로푸드 음식들이다. 얼핏 묘한 음식의 결합같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오랜 숙성끝에 완성된 맛의 조화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 슬로우라이프 동호인 모임 '춤추는 달팽이(http://cafe.daum.net/slowde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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