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지혜로운 마무리

                                                                      김형준 / 명지대 교수
 
노무현 대통령 집권 5년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취임부터 2004년 총선까지의 ‘참여 폭발과 기득권 정치 세력과의 투쟁기’였다.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집권 초기에는 그야말로 사회의 다양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법과 질서에 따라 이들을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방치함으로써 참여 폭발의 위기와 사회 불안정을 자초했다.

5년간 국민과 소통에 실패

그 와중에 노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 승인, 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대선 비자금을 둘러싼 한나라당과의 강경 대치 등을 주도하면서 기득권 정치 세력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집권 초기를 정치 과잉에 스스로 매몰되어, 통합과 안정을
깨는 우를 범했다.

두번째는 17대 국회 출범부터 우리당 탈당까지의 ‘정치개혁 질풍노도기’였다. 탄핵
열풍으로 과반의 의석을 확보한 우리당은 4대 개혁 법안을 주도했고, 대통령은 분권과
균형 발전이라는 철학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급진적 정치 개혁은 강경 보수 진영의 격렬한 저항을 낳았다.
문제는 이 기간 참여정부가 민생을 멀리 한 채 거대 담론의 가치 논쟁에 주력하면서
민심은 이반했고,집권당은 무력화되었다.

세번째는 우리당 탈당 이후 퇴임 때까지 ‘국정 주도권 회복 시도기’였다. 노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임기 말에 ‘데드 덕’(dead duck)이 되지 않기 위해 개헌과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야심찬 국정의제를 추진했다. 하지만 정치적 폭발성이 강했던
이러한 의제는 대선 속에 묻혔고 임기 말 청와대 핵심 측근들의 탈선과 비리가 줄을
이었다. 퇴임을 앞두고 교육부 장관에 의한 ‘로스쿨 항명’의 수모까지 당했다. 여하튼
시작은 화려했지만 끝은 초라한 ‘시화종빈’(始華終貧)의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

물론 실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깨끗한 정치, 정경유착 탈피, 지역주의 극복, 탈권위주의
실현, 권력 기관 중립화 등은 참여정부의 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혹독하다.
한국정치학회가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1.9%가 참여정부 5년에 대해
‘잘못했다’고 평가한데서 잘 드러난다. 공과를 떠나 참여정부는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다.
아직도 ‘국민은 대통령 입니다’라는 참여정부의 철학이 살아 숨쉬고 있다면 그에 걸맞게
마무리를 해야 한다.
먼저 자신의 가치와 철학이 다르더라도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받아들여 차기 정부가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대담하게 협조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참회록’ 쓰는 용기 보여야

그리고 통절한 마음으로 ‘참여정부 실패 참회록’을 써야 한다. 자신의 치부를 과감히
들춰내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성찰하고 반성하는 피맺힌 통치 기록을
남겨야 한다. 특히 참여정부가 왜 오만과 무능의 덫에 빠져 국민과 소통하는데 실패
했는지 생생하게 고백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그런 다음 참여정부의 역사적 재평가는 담담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
그래야만 통치는 실패했어도 마무리만은 지혜롭게 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무모한 정치실험으로 끝없는 혼돈과 좌절만을 안겨 주었던 진보개혁 진영에 생존과
미래 번영을 위한 소중한 선물을 안겨 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떠난
자리도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 이글은 경향신문('08. 2. 12)과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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