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들
- Posted at 2008/06/18 10:40
- Filed under 시사
미친 소로 인한 미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정치방식 ― 국민의 의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정보의 통제와 제한적 공개로 국민의견을 조종하고, 여의치 않으면 이념공세로 의견을 매도하는 방식 ― 으로는 도저히 어찌해 볼 수가 없는 난감한 국면에 마주치고 있는 것이다. 언론매체 몇 개의 조종으로는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는 정보의 다양한 유입과 중고등학교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국민들의 인권의식 상승과 당당한 정치의식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의 인권의식과 사회참여활동에 대하여
그동안 청소년계는 청소년 정책의 주요과제 중 하나로 인권의식, 민주시민의식의 성장과 사회참여활동의 증진을 추구해 왔다. 인권교육, 시민의식교육, 자유발언대, 5분토론대 등의 이름을 붙인 정부프로젝트도 있었고, 청소년수련시설운영위원회, 시도청소년위원회, 국가청소년특별회의 등 청소년 사회참여 증진을 위한 정책적 수준의 사업도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청소년계의 청소년 교육과 활동의 결과가 오늘의 촛불문화제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현실이 있다. 대부분의 청소년 사업들이 그렇듯이 늘 지속성을 갖지 못한 보조금사업의 수준이었다거나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일부 시범사업에서 그치고만 현실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왔던 청소년 정책에서 인권교육의 중요성과 민주시민의식교육의 필요성, 청소년의 사회참여활동사업이 얻고자 했던 대부분의 진정한 내용을 이번 촛불문화제가 보여준다.
어떤 논리보다도 우선하고 누구에게도 침해당하지 않아야 하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확신, 자발성과 자율성, 시민발언대에서 보여주는 자유롭고 당당하면서 평등한 의사소통과 자기주장들, 반폭력 평화적 방식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질서의식과 공동체의식 같은 것들이다.
청소년 정책과 쇠고기 수입협상의 공통점과 시사점
이번 촛불문화제의 발단은 쇠고기 수입 협상을 하는 정부가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지 않고, 상부의 지침(협상타결)에만 따르면서 발생한 사안임에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모든 공공정책분야가 이전까지 논의되어오던 숱한 토론과 연구의 결과는 무시한 채 국가조직 구조조정, 정부기구 통폐합이라는 상부지침만 가지고 행정조직과 정책방향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쇠고기협상과 정부조직개편은 피부로 다가오는 사안의 경중이라는 것 외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정책 질주에 대하여 청소년전문가들은 그에 필요한 논리를 제공하거나 타당성을 부여해 주기 위한 역할만 수행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의 연구와 노력의 결과를 가지고 장기적인 청소년 정책방향(이미 제 4차 국가 청소년정책 5개년계획도 수립되어 있지 않은가?)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를 더욱 심화하고 강화하여 현실적 설득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을 중심에 둔 정책에 대한 진정한 확신 없이 현실을 추인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 매일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던지는 우리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항의와 요구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무한경쟁과 세계화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철학과 역량을 키울 기회를 증진시키지 않고는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가 함께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개인의 웰빙과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여 삶의 지표를 잃어버렸을 때 개인과 사회가 당면하는 위기의 여러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제화 시대에 성공리더십(핵심가치는 개인역량의 극대화)과는 대별되는 글로벌리더십(핵심가치는 공감능력-빈곤, 인권박탈, 생태환경파괴, 폭력과 인류의 안전위협 요인에 대한 반대하는)의 개발이 없이는 국제사회, 특히 동북아사회의 리더국가로 우리나라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과 사회의 실재적인 욕구와 요구에 기반을 둔 청소년 정책들이 포기되어서는 안된다. 참여와 개발, 민주주의사회의 증진이라는 핵심가치들이 청소년 정책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청소년 정책 핵심을 굳건히 세운 다음, 현재의 공공정책 수행체계 속에서 수행되어야 할 청소년 사업분야가 다음 단계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현상만을 준거로 삼아서는 안되고, 지향점이 중요하다.
보건복지가족부로 여러 부서가 통합되고 아동청소년정책실로 실행단위가 확정된 현실에서 21세기 청소년 정책의 핵심이 포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 보다 솔직한 심정은 청소년 전문성과 독자성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영역의 정책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그동안 많은 청소년지도자들이 청소년 정책수행의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어 온 것은 사실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어낼 뚜렷한 청소년 사업내용이 부족하다는 현상에 대한 우려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반성이 방향 포기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여러 가지 점에서 보완과 전문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의 문화적 코드에 맞춘 자율 동아리활동지원만 보더라도, 그것이 어떤 방향을 가지느냐에 따라 크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인권의식과 자율성, 참여증진에 초점이 두어진 자율동아리 지원활동은 단순한 취미활동의 범위를 넘어서서 청소년의 인식, 태도, 행동의 변화에 분명한 영향을 주어왔다. 그 결과가 월드컵 거리응원과 쇠고기협상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민주주의 시민의식과 문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여진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의 네 가지 권리영역에서, 생존권과 보호권 영역(청소년문제대처, 위기관리, 복지지원)은 굳이 청소년이란 이름을 단 정책부서가 없더라도 국민복지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청소년의 발달권과 참여권 영역(역량개발, 사회참여, 인권신장 등)은 청소년의 존재적, 사회적 특성에 대한 면밀한 접근을 필요로 하는 보다 전문적인 영역이다.
청소년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문화와 참여, 모든 국민들을 이끌어가던 열정과 패기를 기억하고, 이번 촛불문화제에서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인권의식과 시민의식, 사회참여와 정치의식을 보면서 우리들의 방향타를 잡고 나아갈 힘을 얻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