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이를 위한 연가 1 - 만경창파 아라리


- 유숙렬 / 전 방송위원회 방송위원, 전 문화일보 여성 전문기자

천지가 적막하다!

이 너른 세상에
너만 홀로 있구나!

어머니는 너를 낳다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눈먼 장님이니
이 세상을 어찌 살꼬?

어린 네가 어찌 만경창파 험한 파도를
헤치고 살 수 있을꼬!

부질없고 부질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숙렬 시집



엄마도 없이
눈먼 장님 애비를
부양해야 하는 불쌍한 청이!

너. 기꺼이
인당수에 몸을 던졌구나!

"내 한 몸 바쳐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면!"

만경창파에 던져진
한 조각 나뭇잎 같은
우리네 인생!

풍전등화 같은  우리네 목숨!

"어머니 나를 낳지 않았다면...
눈먼 장님아버지 동냥젖으로 나를 키우지 않았다면....

청이의 몸 빌어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이 한몸!

내 죽어 아버지의 눈이 된다면
내 죽어 불쌍한 중생들의 밥이 된다면
그래서 애비의 눈이 된다면 이 한 몸 기꺼이 던지리!"

이 너른 세상에
너만 홀로 있구나!

인당수 앞에 선 청이!
너. 청이. 열다섯.
꽃다운 어느 날.
만경창파에 그만
몸을 던졌구나!

아리랑 아라리요!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났구나!

어화 둥둥 내 딸이야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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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상세보기
유숙렬 지음 | 이프 펴냄
여성 언론인이자, 가부장제 사회에 대항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페미니스트 논객 유숙렬의 첫 시집. 억압받고 소외된 여성과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온 남성, 동시대를 살아가는 고독한 삶들을 감싸안는 주체적이면서도 섬세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심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랑켄슈타인에서부터 엄지공주, 조이스 캐롤오츠 등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는 풍부한 문학적, 문화적 인유들과 극적 독백, 대화적 엇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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