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 수사에 웬 특별사법경찰관?
- Posted at 2008/02/10 12:12
- Filed under IT 과학
민경배 / 경희사이버대 교수
특사경이라는 제도가 있다. 특별사법경찰관을 줄인 말인데,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행정공무원이 수사권 등을 포함한 사법경찰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공무원들이 식품안전과 보건위생 관련 위법 행위를 단속하거나, 산림청 공무원들이 불법적인 벌목이나 수렵 행위를 단속하는 일 등이 바로 특사경의 활동이다. 주로 대민 접촉이 많은 분야에서 발생하는 위법행위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이 즉각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함으로써 생활범죄 단속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이다. 1956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지금까지는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활동이 미비한 수준이었다. 특사경으로 활동하는 공무원들에게 특별한 인센티브도 없이 업무 부담만 가중시켰고, 수사 역량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특사경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사경들의 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직무교육이 강화되고, 활동비 지급과 사무실 마련 등 인센티브도 확충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기존 특사경 이외에 아예 경찰업무만 전담할 인력 119명을 별도로 충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법무부는 특사경 관련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특사경을 운영하는 정부 부처가 현행보다 더욱 늘어가며, 직무 범위 역시 지금보다 더 확대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제출된 개정안에서 간단히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 하나 눈에 띤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 정보통신부가 특사경을 운영토록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사실 정통부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에도 정통부와 법무부가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특사경에 부여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요청한 바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경찰청의 반대 의견이 있었고, 민변과 시민단체들도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무산되었던 사안이다. 이것이 이번 특사경 관련 개정법률안을 통해 다시 부활한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2004년에는 특사경의 관할 범위가 ‘정보보호 침해와 정보화 역기능’이라는 포괄적인 것이었던 것을 ‘개인정보보호, 스팸, 침해사고’ 분야로 한정시켰다는 점 정도이다. 당시 시민단체들이 제기했던 행정기관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나 인권침해의 위험성 등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 차례 무산되었던 개정안이 정권 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슬그머니 다시 제출된 것이다.
물론 이번 개정안에서 사이버 범죄 관련 특사경 운영 권한을 갖도록 명시된 정보통신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하지만 행정부처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서 그 기관이 담당하던 업무마저 고스란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17대 국회의 남은 기간 동안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새 정부에서 다른 부처에 의해 사이버 범죄에 대한 특사경 활동이 본격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사이버 범죄가 특사경 활동 대상으로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기존에 운영 중인 특사경 제도는 활동 범위를 특정 관할 구역 내로 한정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해당 분야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과도한 수사권 남용은 억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반면 사이버 범죄는 그 특성상 관할 구역 내로 한정시키기 힘들다. 때론 국경을 초월하여 벌어지기도 하며, 그 피해의 파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특사경에게 사이버 범죄 수사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공간을 마치 하나의 관할 구역으로 설정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사이버 범죄 수사도 특사경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일선 공무원들이 관할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단속 활동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고도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막대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특사경에게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켜 주면 되겠지만, 그럴 경우 경찰청과의 중복 투자 문제가 발생한다.
타당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의문의 여지가 많고, 행정기관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나 인권침해의 위험성도 높은 이 제도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도입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 시사IN 제21, 22 합병호와 와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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