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동반한 성장? ‘바위→보→가위’로


                           이현승·GE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

 지속가능 기업이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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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첫 번째 조건으로 ‘이익이 동반된 성장’을 꼽는다. 즉, 매출로 대변되는 ‘성장’과 이익으로 대변되는 ‘견실’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딜레마는 손익계산서의 맨 윗줄(top line)의 매출과 맨 아랫줄(bottom line)에 위치한 이익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가(低價) 공세를 하는 경우 매출은 늘어도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못한다. 

200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IMF위기 이전에는 성장은 했지만 성장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 압축성장이라는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어 체격은 몰라보게 커졌지만, 체중은 지탱하지 못하면서 체력이 급속히 저하돼 고혈압, 당뇨 등 급성 합병증이 도져 응급실에 실려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에는 성장과 견실을 동시에 추구하지 못하고, 수익성과 현금중시 경영만 하다 보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 성장동력은 하루아침에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 한국 기업은 IMF위기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IMF위기가 맨 아랫줄(bottom line)로부터 오는 위기였다고 한다면, 현재의 위기는 맨 윗줄(top line)로부터 오는 위기다. 물론 외형적인 확장을 갈구하는 나머지 IMF위기가 준 교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익을 동반한 성장을 이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즉, 시장의 성장 트렌드와 외부 변화를 미리 읽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파이가 커지는 시장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변수다. 파이가 커지는 시장에서는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해 매출증대가 이익 증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GE의 이멜트 회장은 미래의 성장 트렌드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사회기반시설 수요 증대, 신흥시장의 대두,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 디지털 커넥션 기술 확산, 글로벌 유동성 풍부, 저(低) 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통계적 변화를 들고 있다. 

둘째, 고성장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변동성이 높고 투자 수익이 낮은 저 성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 경영 전략가인 란체스터는 ‘바위, 보, 가위 이론’을 주창했다. ‘바위’로 먼저 하나의 제품에 철저하게 자원과 열정을 투입해 이익을 낸 다음, ‘보’로 손을 펴서 제품의 다각화를 이룬다. 그리고 ‘가위’로 채산성이 나쁜 제품을 잘라내 채산성이 좋은 제품만 남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로 제품을 늘리는 작업까지는 용이할 수 있으나, 이미 자원과 열정이 투입된 제품을 ‘가위’로 잘라내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것이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다. 결단력이 부족해서든,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든 가지치기에 소홀하면 나무는 잘 자랄 수 없다. 올 1월에 GE의 이멜트 회장이 자신이 12년 동안 몸 담았고, 전임 잭 웰치 회장이 사장을 역임했던 플라스틱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세계화와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한 최근의 경쟁환경은 원가 경쟁력 갖추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원가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중국 기업에 비해서는 떨어지고, 클릭 한 번으로 더 값싼 제품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용품(commodity)에 기반한 동질화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별화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넓은 의미의 차별화 경쟁은 그 분야에서 최고(best)가 되거나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좁은 의미의 차별화(different)를 포괄한다.  

넷째, ‘이익을 동반한 성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위험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손익 계산서의 맨 윗줄(top line)과 맨 아랫줄(bottom line)사이에는 크게 보아 3가지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위험은 차입 만기의 불일치, 현금흐름의 불안정성, 신용위험 등 재무 위험이다. 한국 기업들도 IMF위기 이후 재무 위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위험 관리 능력을 키우는 데 힘써 왔다. 

또 다른 위험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른 것이다. 시장의 호황과 불황에 따른 사업의 순환주기가 다른 데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성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위험은 경영관리의 위험이다. 조직과 사업 포트폴리오와 같은 하드웨어 변화가 이루어지더라고 경영방식·사고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익을 동반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똑같은 사업을 하는 기업일지라도 형식과 격식에 따른 비용을 알고, 실적문화에 기초한 창의성을 중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이 글은 Weekly 조선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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