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꿀벌 대소동>속에 숨은 과학 <1>
- Posted at 2008/04/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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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달린 곤충들의 비행 노하우
황춘성 / 블로거, 5월의 작은 선인장 운영자
영화 <꿀벌 대소동>은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될 때 나오는 드림웍스 로고와 같은 느낌을 준다. 드림웍스 로고는 초승달에 기대어 우주에 낚시하는 파란 소년이 풍선을 타고 오르면서 벌을 쫓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내용이다. 극장에서 관객들이 볼거리를 기대하지 않는 시간에 나오는 것이어서 그런지 웃는 분들이 꽤나 많다. <꿀벌 대소동>은 이처럼 별 내용 없이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항상 말썽을 부리기로 유명한 우리의 주인공 꿀벌 배리!
어느덧 꿀벌중학교 3일, 꿀벌고등학교 3일을 마치고 꿀벌나라 유일의 거대기업 호닉스(Honix)에 자동으로 입사되는 (당연한) 특전을 누린다. 배리는 그의 친구 아담과 함께 들떠 호닉스에 찾아가지만 한 가지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에 직업을 결정하기에 앞서서 깊은 고민에 휩싸인다.
부모를 비롯한 주변 꿀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러한 꿀벌사회의 당연한 제도에 적응하여 살아왔기 때문인지 배리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고민은 무려 일주일간이나 계속되고, 결국 멋지다는 이유로 꿀과 꽃가루를 찾아 벌통 밖으로 나서야 하는 꽃가루 특공대에서 비행할 기회를 우연히 얻게 된다.
그리고는 벌통 밖에서 천신만고의 여행을 하다가 양봉업자에게 고통 받는 꿀벌들의 현실을 깨닫고 꿀벌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회운동가가 되기로 결정한다.이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배리가 깨달음을 얻게 되고, 행복해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 벌들은 이론적으로 날 수 없을까?
영화는 꿀벌이 이론적으로 날개가 너무 작아서 날 수 없는데도 실제로는 잘 날아다니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중에 가장 잘 나는 능력을 가진 것은 잠자리다.
잠자리는 자신의 몸무게의 10배 이상 무거운 물체를 들고도 날 수 있을 만큼 비행능력이 뛰어난데, 유일한 단점은 회전을 하는 동안 앞날개와 뒷날개가 겹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자리의 날개가 너무 길기 때문이다.
다른 곤충들을 살펴보자. 풍뎅이과의 동물들은 몸을 천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 첫 번째 날개를 딱딱한 등껍질로 진화시켰다. 약하게 생긴 두 번째 날개는 딱딱한 등껍질 밑에 숨겨뒀다가 비행이 필요할 때만 밖으로 꺼내어 사용한다. 첫 번째 날개는 공기역학적으로 비행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냥 두 번째 날개가 운동하는데 걸리지 않도록 위로 붕 들어 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첫 번째 날개가 비행에 전혀 도움을 안 주는 것은 아니다. 둥근 첫 번째 날개는 날아가는 동안 기류를 형성시켜주고 안정성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파리와 같은 동물은 아예 한 쌍의 날개를 퇴화시키고 한 쌍의 날개만을 이용해서 비행한다. 나머지 한 쌍은 평행곤이라고 하여 첫 번째 날개의 바로 뒤에 소고처럼 생긴 모습으로 붙어 있다.
이 퇴화되고 있는 흔적기관은 비행도중 기류를 감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파리는 이 한 쌍의 날개를 퇴화시켜 버림으로써 물리적 공격에는 취약해졌지만 그만큼 비행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서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육지에서 파리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꿀벌은 두 쌍의 날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날개는 매우 작아져서 첫 번째 날개의 밑에 숨어있다. 매미의 날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미의 겉날개는 큰 편이고, 속날개는 주황색을 띄는데 매우 작다. 이 날개들은 몸보다 훨씬 작아서 정말로 이 정도의 날개로 비행할 수 있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 작은 생명체가 가진 놀라운 에너지 효율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벌들이 쉽게 날 수 있는 이유는 꿀벌이 매우 작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잠시 <걸리버 여행기>의 예를 생각해보자.
걸리버가 소인국에 갔을 때 걸리버는 소인보다 키가 12배 컸다. 물론 큰 것은 키뿐만이 아니어서 몸무게는 키의 123배인 1,728배나 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인국의 왕은 걸리버에게 1,728인분의 먹을거리를 준비해 줬다. 그러나 걸리버와 소인들을 열역학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섭취하는 에너지는 사실 대부분 우리의 체온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부를 통해서 주변의 공기나 물 등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육 등을 움직여 일을 하는 양도 차이가 나지만, 사실 힘든 일을 계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에너지의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피부를 통해서 주변으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보통 피부의 면적에 비례하는데, 일반적인 입체도형의 겉면적의 넓이는 크기의 제곱에 비례하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몸무게는 세제곱에 비례한다.
크기는 1차원, 넓이는 2차원, 부피는 3차원의 차원(dimension)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하학적 현상이다.
그래서 크기가 일정수준을 벗어나면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몸을 유지할 방법이 없게 된다. 생물학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먹이의 양과 에너지의 신진대사 속도를 고려하면 항온동물은 쥐에서 코끼리 사이의 크기만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바다에서는 고래가 코끼리보다 훨씬 큰 크기를 유지하는데, 이는 바다에는 물의 부력이 강해 몸을 더 잘 지탱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걸리버가 소인들에게 얻어먹은 1,728인분의 식사는 매우 과한 것이었을 것이다. 걸리버가 먹어야 하는 식사량에 비하면 소인들의 식사량은 상당히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먹는 음식물의 양은 분명 많은 양이겠지만, 쥐가 먹는 음식물의 양과 비교하면 몸의 크기에 비해 적은 양이기 때문이다.
벌과 새를 비교할 때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비행 방식과 효율을 무시한다면 날개의 크기와 부양 능력은 비례할 것이다. 걸리버와 소인의 비교에서 살펴봤듯이 날개의 넓이는 날개의 길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반면 몸무게와 몸의 길이는 세제곱에 비례할 것이므로 날개의 길이와 몸의 크기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작은 동물일수록 비행하기 위해 필요한 날개의 길이는 상대적으로 더 작다. 더군다나 날개의 길이가 짧아지면 날개의 회전관성이 작아지므로 날개를 흔드는 것이 더 쉬워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곤충들은 비행을 할 때 날개를 매우 빠르게 흔들어도 힘들어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조류에서도 나타나는데, 새 중에 가장 작은 새인 벌새가 가장 빠른 날갯짓 속도(종에 따라서 1초에 대략 30~80번)를 갖고 있다는 것이 우연히 그렇게 진화한 것은 아니다.
☞ 꿀벌과 개미는 같은 조상에서 진화
꿀벌은 단체생활을 하는 흔치 않은 동물에 속한다. 단체생활을 하는 동물을 많지 않아 우리 주변에서 꿀벌, 말벌, 개미 정도밖에 모를 것이다. 그 이외의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동물들은 단체생활을 하는 동물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단체생활을 하는 동물이 대체적으로 생활능력이 뛰어난 동물임을 뜻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꿀벌, 말벌, 개미는 모두 한 조상에서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체생활을 하도록 진화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말해준다. 생물이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데 20억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 이 글은 주간한국에 게재된 글 입니다.
5월의 작은 선인장 http://may.minicac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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