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재 칼럼> 로스쿨 인가 발표 왜 늦추나?

                                                                     문창재 / 내일신문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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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교육부가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예정된 발표를 연기해가면서, 서로 내 편이 옳다는 식의 성명전까지 벌이는 것은 정권말기적 아노미 현상의 극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월31일 오전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법학교육위원회가 분명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선정한 잠정결정 대학과 정원 수를 원안대로 발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오후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2월4일로 연기되었다. “조금 더 고민할 부분이 있다”는 사유였다. 그러다가 오후 늦게 “발표는 연기하지만 발표 내용은 이미 보도된 법학교육위원회 잠정결정 내용 그대로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동안 공개를 꺼려온 법학교육위원회 심의결과까지 공개했다.

이런 이례적인 조치는 청와대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1광역시·도 1로스쿨’ 원칙을 내세우며 경남지역이 로스쿨 예비인가 대상에서 빠진 것을 문제삼은 데 대한 반격이었다.

문제 제기하려면 잠정안 보도 전에 했어야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경남은 인구가 306만명이 넘는 지역인데 로스쿨이 한 대학도 배정되지 않은 것은 지역균형발전 계획에 어긋나므로 재검토하자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라고 밝힌 직후의 일이라 노골적인 성명전 양상이 되었다. 발표 연기가 청와대의 발목잡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럴 바에는 법학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심의와 현장실사를 통한 대학 선정을 맡긴 일부터가 잘못이었다. 지역안배를 하려면 신청을 받아 인구와 사법시험 합격실적 등 적당한 기준을 적용해 배정하면 그만일 것을, 왜 그런 헛수고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총 입학정원이 2000명으로 못박혀 있는 상황에서 인가대학을 늘리면 다른 대학에 배정된 정원을 줄여서 채워줄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수도권 대학들이라 해서 또 신경을 곤두세운 대학들이 많다.

청와대가 배려해 주려는 지역이 노무현 대통령 출신지인 경남이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럼 역시 선정에서 탈락한 충남은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경기도는 경기도대로 전국 인구의 20%를 포용한 지역에 겨우 1개 대학 정원 40명이 배정된 것에 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어느 지역도 불평이 없도록 골고루 배려하려면 법학교육위원회 잠정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처음부터 다시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이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법학교육위원회 잠정안이 보도되기 전에 했어야 한다.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져 탈락 대학들의 반발과 저항이 집단행동으로 나타나는 시점에 원안에 손을 대면 혼란과 분란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눠먹기라느니 정치적인 결정이라느니 하는 불평이 분분하고 선정대학들도 하나같이 정원이 적다고 불평인데 틀을 흔들어 특혜시비까지 겹치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새 정부 단계적 증원 검토 … 탈락 대학도 기회 있어

애초에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못박아 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거기다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쿨 인가를 지역균형발전 계획과 연계시켜 일이 꼬였다.

지난해 9월 로스쿨 법 시행령 입법예고 당시에는 지역안배 원칙이 없었다. 법학교육위원회가 정한 투명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선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10월 몇몇 지역 혁신도시 기공식에서 노 대통령이 지역 균형발전과 로스쿨 인가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뒤 지역안배가 새로운 원칙으로 추가되었다.

잠정결정 안에 손을 대는 것은 로스쿨 제도 출범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월권이다. 청와대는 이쯤에서 간섭의 손을 떼고 선정대학들이 입학전형계획 발표, 교육과정과 교과목 개발, 신입생 선발전형 같은 학사일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간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균형 문제는 제도 출범 이후 추가인가 기회에 해결하는 것이 순서다.

새 정권 출범을 준비하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측에서는 로스쿨 정원의 단계적인 증원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탈락한 대학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설투자는 결코 헛일이 되지 않는다.

* 내일신문(08.2.1)에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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