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경영? 먼저 조직의 벽을 허물어라
- Posted at 2008/04/18 12:28
- Filed under 경제
이현승 / GE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
“회사는 지난 25년 동안 내 손과 발만을 필요로 했다. 내 머리까지도 덤으로 쓸 수 있었는데 말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조직의 벽을 허물기 전에 한 직원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창조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의 모방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창조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문화, 인종이 복합적인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과는 경영 시스템이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져야만 한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모든 직원들의 손과 발은 물론 머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최근의 정보통신혁명은 “통제의 범위(scope of control) 내에서 조직을 구성한다” 는 관료제적 조직 원리를 파괴하고 있다. 일례로 이메일과 인터넷 등은 공간과 시간, 그리고 직급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정보통신 혁명 등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는 동시에 자율과 창의가 발휘되는 창조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첫째, 벽 허물기를 통해 벽 없는 조직(boundaryless organization)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벽 허물기를 통해 관료적인 대기업이었던 GE가 작은 구멍가게처럼 운영되기를 바랐다. 작은 구멍가게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권한을 위임받아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부서 간의 벽, 직원과 관리자의 벽, 지역 간의 벽, 인종 간의 벽을 허물면 직원들은 스스로 사고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상사는 이를 듣게 된다. 모든 직원들의 두뇌가 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직원들 스스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허물어야 할 벽은 기업 조직 내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기업 외부 사이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회사 외부에서는 배울 게 없고, 설사 배울 게 있더라도 여러 가지 특수한 사정으로 우리 회사에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연방형 조직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 평론가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저서에서 새로운 조직체계모델로 ‘연방주의(federalism)’를 제시하고 있다. 연방주의의 특성은 하나의 조직체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개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고, 집권적 기능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집권화시키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권화시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IT조직을 예로 들어 보자. 집권체제에서는 IT에 관한 의사결정 및 예산권한이 집중됨으로써 시스템의 표준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최종 사용자와의 거리가 멀어져 사용자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분권체제에서는 사용자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 빨라지고 주인의식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으나, 각 사업단위마다 시스템 중복이 발생하고 투자비용이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은 집권형과 분권형의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IT조직이 연방형 IT조직이다. 연방형 IT조직하에서는 IT의 표준화 및 공통 인프라 등은 중앙의 시스템 부문에서 제어하는 반면, 개별적 권한은 각 사업단위로 분산시키는 형태를 유지한다.
셋째, 매트릭스(matrix)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단선적인 보고 체계에 익숙하다. 단선적인 보고 체계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명확성을 기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간에 벽을 형성하여 시너지 창출을 어렵게 하는 등 복잡한 경영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고객과 기능별 매트릭스 조직, 지역과 기능 간 매트릭스 조직, 사업분야와 기능별 매트릭스 조직 등으로 운영하되, 주요 의사결정 및 보고라인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지주회사 내에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을 담당하는 임원을 두고 은행의 개인 고객 담당 직원은 은행의 라인을 주 보고라인으로 하면서 동시에 지주회사 내에 있는 개인고객 담당 임원에게도 보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개인고객에게 금융, 증권, 보험상품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되고, 은행 예금과 증권회사의 CMA계좌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등 지주회사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지역의 책임자를 주 보고라인으로 하되 영업, 재무 등 각 기능별로 본사의 기능별 책임자에게도 보고하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본사 차원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지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벽이 없는 조직, 연방형 조직, 매트릭스 조직의 공통점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조정할 수 있는 소통된 조직이라는 점이다.
조직에 벽이 존재하고, 의사결정권한이 없으며, 형식과 격식이 지배하고, 손과 발만을 사용하기를 요구하는 조직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인의식(ownership), 자율과 창의가 나오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손과 발은 물론 머리까지 모두 참여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선 Weekly Biz)